“찬성” 송민경 스튜어드십 센터장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의결권 행사의 절차·기준·범위가 마련되면 정부 입김이 반영될 여지가 오히려 줄어든다. 결국 운용의 문제다.”
외부에 의결권 맡기면 투명성 보장 #기업가정신·스튜어드십 양립 가능 #문제 불거질 우려 있는 회사만 관여
송민경(사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 센터장은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자금이라는 귀한 돈을 굴리면서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정도에 그쳐서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연금의 운용 사례를 연구해온 국내 대표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론자다.
찬성 이유
● 투명한 의결권 행사 가능
● 세계적으로 도입 확대 추세
● 연금도 기업 장기 생존 중요
- 도입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 “기관투자자가 단순 매매 행위로만 고객을 보호할 수 없다. 투자 대상 회사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라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에 담긴 뜻이다. 당연히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
- 연금 뒤에 정부가 있다. 워런 버핏도 그래서 반대했다. 결국 ‘신관치’로 가는 거 아닌가.
- “그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결권 행사 등이 현재보다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 공단 밖에 있는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지금까지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 내 투자위원회에서 주로 결정했으나 여기는 정부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외부 전문위원회는 노·사·정은 물론 지역 대표 등 각 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위원들로 구성돼 있어 관치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의결권 행사를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은 의결권 행사를 외부에 맡길 수 없게 돼 있는데 최근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 기업 미래를 결정하는 일을 연금에 믿고 맡길 수 있나. 기업가의 기업가 정신, 리더십을 국민연금이 따라갈 수 있나.
- “기업가의 의사결정이 언제나 바람직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최대 주주나 경영진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 많고 위법 행위도 있다. 도덕성과 갑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스튜어드십은 잘 굴러가는 회사에 개입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 회사와 대화하고 의견서나 질의서를 보낸다. 기업가 정신 억제로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기업가 정신은 양립할 수 있다.”
- 연금도 결국 단기 이익에 골몰할 텐데, 장기적 투자가 가능할까.
- “회사와 이해 관계자가 중장기 경영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국민연금이야말로 수십 년 뒤 노후에 쓸 돈을 굴리는 곳이므로 가장 장기적으로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관투자가다. 기업의 중장기 발전과 이해관계가 가장 맞는 투자자다.”
- 도입이 꼭 필요하면 해외에서는 왜 잘 작동하지 않나.
- “미국·일본 모두 그들의 형편에 맞게 운용한다. 미국은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 같은 민간·기관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코드를 만들고 이행한다. 여기에 전 세계 3대 운용사가 다 들어가 있다. 일본 연기금은 세계 최대 규모인데 외부 운용사에 자산 운용뿐 아니라 의결권까지 위탁함으로써 정부 입김을 없애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