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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조 규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하면 기업 자율성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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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전문가 배틀'
<반대>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는 대표적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반대론자다. 그는 2016년 국내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가 한창일 때 '친기업 의결권 자문사'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자본 시장의 수익성 논리가 산업을 지배하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620조원대(2017년말 기준) 자산가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기 시작하면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일보DB]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일보DB]

국민연금은 복지부 산하 기관…정부 입김 반영될 수밖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왜 '연금 사회주의'가 되나.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기업 한 곳당 5~1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쯤 되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또 복지부 산하 기관이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의 뜻이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연금 사회주의론'을 주장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익성 중심으로 판단하자는 취지다. 관치 차단에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정부 뜻대로 기금을 운용해 구속됐다. 이후 연금 독립성을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없었다.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다."
의결권 자문사의 전문적 판단을 참고하면 수익성엔 도움이 되지 않나.
"글로벌 1위 의결권 자문사 ISS도 한국 기업 분석 전문가가 3~4명밖에 안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직원 30여명이 2000여개가 넘는 상장회사를 분석한다. 이런 마당에 개별 기업 현실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을까? 의결권 자문사 실력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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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20개국 도입했지만, 그 나라엔 '공룡' 국민연금 없어 

하지만 해외에선 많은 나라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 않나.
"영국·일본 등 20여 개국이 도입한 건 맞다. 하지만 그 국가 연기금은 자국 기업 주식 투자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공룡으로 성장한 국민연금과 다르다."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면 국민 노후 자산도 늘어나는 것 아닌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창사 이래 한 번도 배당하지 않았지만, 기업 가치는 급상승했다. 배당할 돈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매년 배당을 강요하면 한국에선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기업가치가 올라야 노후 자산도 늘어난다."
투자자 감시가 강화돼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 기업가치에도 좋은 것 아닌가.
"어떤 지배구조가 최선인지는 기업이 가장 잘 안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투자자는 돈이 될 만한데 투자해 가치가 올랐을 때 팔면 된다. 왜 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까지 관여해야 하느냐."
총수 일가 등 장기 주식보유자에 더 많은 의결권(차등의결권)을 주는 동시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건 어떤가.
"장기 지배주주의 안정적 경영권이 보장된다면 스튜어드십 코드도 긍정적으로 운용될 측면도 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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