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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시위땐 노무현 부엉이 단상 만들자"…'워마드' 처벌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혜화역 여성 시위. 최정동 기자

혜화역 여성 시위. 최정동 기자

"문재앙, 운지해! 단상을 부엉이로 꾸미자."

가톨릭 성당 미사용품인 성체를 훼손해 논란을 일으킨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중근 의사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조롱이 이어져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장소나 사망 원인을 언급하며 죽음을 희화하거나 안중근 의사의 왼손 4번째 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것을 두고 '장애'로 표현하는 등 혐오성 발언이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12일 워마드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한 글쓴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언급하는 혜화역 시위가 보기 싫으면 문재인 지지자들도 혜화역에 모이든 광화문에 모이든 '우리는 이니를 응원합니다. 언제나 함께하겠습니다. 부엉이바위로부터 지켜드리겠습니다' 시위하면 된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게시판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인을 거론하며 '두부 외상값 때문에 죽었다'는 글도 게시됐다.

안중근,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조롱도 끊이지 않는다. '김구, 윤봉길, 안중근보고 독립운동가라고 하던데 한남 과대평가 심각하다. 독립운동 흉내 낸 남자들 그 이상도 이하고 아니다'라는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워마드의 혐오 발언이 종교에 대한 모욕을 넘어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포스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한 포스터.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물 캡처]

[워마드 게시물 캡처]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주화 학예과장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왜곡된 사실이 표츌되는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이 과장은 "안중근 의사는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스스로 손가락을 자른 것으로, 해당 사이트에서 '손가락 잘린 XX' '장애인'이라는 식으로 진술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애국지사는 성별·상하귀천을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한 나라를 되찾으려 했다. 단순히 한국 남자라는 이유로 조롱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재단 측은 "해당 커뮤니티가 더 주목받을 것을 우려해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회원들끼리 자정작용 등으로 건전한 논의가 오가는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워마드의 과격한 표현은 형법상 사자의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욕설을 통한 모욕죄와 달리 사자의 명예훼손은 고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하는 진술을 의미한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워마드 혐오발화의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를 성적 대상화한 것에 대한 미러링 전략이라는 평가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역사적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성적 대상화하는 문제가 많았다. 그에 대한 문제의식의 발로라는 평가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 윤김 교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의 방식은 이전에 정권을 장악했던 정치인에 대한 조롱 및 비판, 풍자의 영역"이라며 "워마드의 행위에 전부 동의할 수 없는 없더라도 워마드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코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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