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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열리는 관덕장, 제주 원도심의 멋을 팝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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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달 24일 오후 제주시 삼도1동. 한적했던 구도심 골목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순식간에 좌판이 벌어졌다. 인근 유적지인 ‘관덕정’의 이름을 딴 장터인 ‘관덕장’이 서는 순간이었다. 플리마켓(벼룩시장)인 관덕장은 매달 마지막 일요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한 차례만 열린다.

마지막 일요일 삼도동 골목서 개장 #아기자기 문화장터 관광객에 인기

2016년 9월 첫 장을 연 관덕장은 10명 안팎의 셀러들이 참여하는 작은 플리마켓이다. 이 지역 내 소규모 음식점인 ‘비스트로 더 반’ 대표인 강리경(40)씨의 노력으로 시작됐다. 강씨는 고향인 제주를 알리고, 원도심 골목의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장터를 만들었다.

제주시 삼도1동에서 매달 한 차례 열리는 관덕장을 찾은 관광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시 삼도1동에서 매달 한 차례 열리는 관덕장을 찾은 관광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최충일 기자]

관덕장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는’ 아나바다를 추구한다. 대부분 집에서 쓰던 물품을 내다 파는 탓에 매달 판매자들이 바뀌는 게 특징이다. 처음 장사에 나선 초보 상인들도 많아 가져온 물건을 팔지 못할 때는 곳곳에서 할인 행사가 진행되곤 한다.

장터를 찾은 이들은 대부분 물건을 사기보단 구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인들 역시 물건을 팔아 이득을 내려는 생각에 나선 것이 아니어서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대부분 집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을 나눠쓰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다. 가족이나 지인 등과 함께 색다른 추억을 남기기 위해 장터를 찾는 상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화영(34·여·제주시)씨는 “7살인 아들과 함께 장난감과 외국 엽서를 들고 나왔는데, 아들이 훨씬 장사를 잘하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했다.

관덕장은 장터 주변의 카페와 빈티지 샵에서도 진행된다. 장이 열리는 비스트로 더 반 음식점의 앞마당 건너에는 JTBC 예능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 촬영지로 유명해진 카페 ‘쌀다방’이 있다. 주택가 골목으로 더 들어서면 80년대 제주의 향수를 간직한 ‘미래책방’ ‘한일슈퍼’ 등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 관광객 김아람(28·여·서울시)씨는 “효리네 민박을 보고 골목을 찾았는데, 다른 지역 벼룩시장보다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에는 현재 30여 곳에서 플리마켓이 열린다. 관덕장과 아몬딱털장·벨롱장 등이 도민은 물론, 관광객·이주민이 어울릴 수 있는 이색 문화장터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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