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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 지방정부에 맡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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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사회팀장

김원배 사회팀장

전남 9370원, 서울 9211원, 충남 8935원, 경기 8900원, 인천 8600원, 세종 7920원. 일부 광역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올해 생활임금(시급)이다. 최저생계비 수준인 최저임금에다 주거·교육·문화비까지 고려한 것이다. 중앙정부가 고시한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지만 이보다 높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에 채용된 근로자와 시의 위탁사무 수행을 위해 직접 채용된 근로자 등이 적용 대상이다. 해당 근로자 입장에선 임금이 높으면 좋지만 지자체 재정엔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지자체가 스스로 적정 임금을 책정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도 전체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14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 1만원 달성을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릴 것인지, 아니면 속도 조절을 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1만원이란 금액도 논란이지만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마다 물가와 생활 여건이 다른데 최저임금이 반드시 같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일본만 해도 그렇다. 도쿄의 올해 최저임금은 958엔(약 9609원)이지만 오키나와는 도쿄의 77% 수준인 737엔(약 7392원)에 그친다. 미국도 주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한국도 중앙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지방정부가 최저임금을 확정하도록 하면 어떨까. 중앙정부가 정한 기준을 획일적으로 따르는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정신과는 맞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하려면 근로자의 얘기도 들어야 하고, 이들을 고용한 기업과 자영업자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민해야 한다. 물론 결정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조례로 확정한다면 지방의회의 책임성도 높일 수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를 자세히 보고 투표한 유권자가 얼마나 될까. 지방의회가 최저임금과 같은 주요 사안의 결정을 주도한다면 주민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

물론 차등화를 하면 임금이 낮은 지역에서 높은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만 걱정하면 지방정부는 큰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부모가 자식을 과보호하면 성인이 돼서도 자식이 홀로 설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새로 임기를 시작한 자치단체장은 민선 7기, 지방의회는 10기째다. 이젠 주요 사안의 결정권을 지방정부에 넘겨줄 때다. 그래야 진짜 지방자치, 지방분권이 실현된다.

김원배 사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