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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일드' '자연'은 크게, 건강 경고는 손톱만큼…잡지 담배 광고의 20년 전략

중앙일보

입력

홍대 인근 길가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홍대 인근 길가에서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중앙포토]

잡지를 넘기다 보면 화려한 이미지의 담배 광고를 종종 보게 된다. 대개는 탁 트인 야외의 자연을 배경으로 제품을 강조하곤 한다. 반면 흡연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건강 경고문은 잘 찾아보기 어렵다. 광고 4개 중 3개는 이러한 경고문이 '손톱'만 한 크기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9일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공개했다. 1994~2014년 20년간 KT&Gㆍ필립모리스ㆍBAT 3개 회사가 국내 잡지에 게재한 궐련 담배 광고 967건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잡지협회 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이 잡지를 읽고 있다. 잡지는 제한적으로 담배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잡지협회 부스를 찾은 한 관람객이 잡지를 읽고 있다. 잡지는 제한적으로 담배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연합뉴스]

전체 광고의 절반 가까운 46.7%에선 언어적 정보가 담겼다. 제품을 수식하는 각종 설명이 담겼다는 의미다. 특히 ‘라이트’(울트라 라이트ㆍ가벼운 포함)가 가장 많았고 ‘부드러운’(울트라 스무스ㆍ스무스 포함), ‘마일드’(연한 포함)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깔끔함, 신선함, 쿨함, 여유, 천연 등의 문구가 다양하게 사용됐다. 시각적인 정보를 포함한 광고는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자연ㆍ야외 이미지가 30.2%로 다수를 차지했다. 백 교수는 "이러한 정보들은 담배가 부드럽고 흡연이 그다지 해롭지 않을 거라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반면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은 매우 작게 구석으로 배치됐다. 담배 광고 4개 중 3개(74%)꼴로 경고문 크기가 광고 면적의 5% 미만이었다. 광고 크기의 10%를 넘어가는 경고문 비율은 8.6%에 그쳤다. 또한 광고의 절대다수(99.3%)가 눈길이 잘 가지 않는 하단에 경고문을 실었다.

잡지 담배 광고의 건강 경고문 위치와 크기 표. [자료 백혜진 한양대 교수]

잡지 담배 광고의 건강 경고문 위치와 크기 표. [자료 백혜진 한양대 교수]

법적으로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경고문을 싣지 않은 광고도 한 건 확인됐다. 2009년 KT&G가 게재한 광고에선 젊은 남성이 저항적인 표정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이미지가 전면을 차지했다. 경고문 대신 '식후 불연초면 불능이니라'는 광고 메시지만 담겼다. 이처럼 담배에 불을 붙이는 행동을 보여주는 건 흡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르 함유량 3mg 이하인 '저타르' 담배와 그 외 '레귤러' 담배의 홍보 전략도 달랐다. 일반적인 레귤러 담배는 언어적 정보를 담지 않은 광고가 65%를 차지했다. 반면 저타르 담배는 언어 정보를 담은 광고가 절반 이상인 52.6%였다. 일반 담배 광고가 '이미지' 전달에 집중한다면 저타르 담배는 여러 홍보 항목을 '글자'로 설명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궐련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 [중앙포토]

궐련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 [중앙포토]

현재 잡지 담배 광고는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연간 10회 이내(1회당 2쪽 이내)로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 광고 형식은 흡연자에게 담배 품명ㆍ종류ㆍ특징을 알리는 선까지만 가능하다. 잡지 담배 광고를 완전히 금지하자는 내용의 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발의된 게 없다.

백 교수는 "잡지 광고에 담긴 각 담배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가 시각적 정보와 함께 흡연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약화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지 중심의 잡지 담배 광고도 TVㆍ신문과 마찬가지로 완전히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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