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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자식과 동반자살 … 범죄일 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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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선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선욱 내셔널팀 기자

최선욱 내셔널팀 기자

인천시 경서동의 한 야외주차장에서 주부 A씨(42)와 2·4·6살 자녀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지 사흘째인 9일.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 공간에선 숨진 A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비판론과 동정론이 엇갈렸다. 대표적인 비판은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데, 본인이 목숨을 끊기 전 자녀까지 숨지게 하면 되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본인이 세상을 떠나면 아이의 앞날이 막막해지니까 함께 데려간 것이다”는 동정 여론이 맞섰다. 한 아이 엄마의 극단적인 행동이 누군가에겐 모성애로 비친 것 같다.

A씨가 세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수많은 생각과 번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소중한 생명을 끊은 행위, 그것도 자식까지 숨지게 한 행동을 동정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부모라 해도 자식의 생명권까지 박탈할 권리는 없다. 자식을 살해한 뒤 본인이 목숨을 끊는 것은 동반자살이 아닌 범죄다. 자살 예방 학계에서도 이 사건 같은 사례는 ‘자녀 살해 후 자살(child murder followed by a parent’s suicide)’이라는 범주로 두고 연구한다. 동반자살은 성인 2인 이상이 합의한 뒤 벌이는 극단적 선택이다. 이 과정마저도 생존자는 자살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동정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생명 선택권까지 부모가 결정하는 것을 자녀에 대한 책임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를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해마다 14건(2006~2013년)씩 발생하는데, 이같은 세태가 반영됐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다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부모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자녀가 이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다. 함께 세상을 떠나는 게 답이 아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독립된 존재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자리 잡아야 하고, 이런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A씨가 왜 목숨을 끊었는지는 알기 어렵고, 사람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린 자녀의 목숨까지 함께 앗아간 행동이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생명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온전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부모든 국가든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해선 지켜주고 키워줘야 할 의무만 있을 뿐이다.

최선욱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