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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세요”라고 말하면 안 되는 아시아나 승무원들…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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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기쁨조’ 역할에 동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승무원 교육생 열댓 명이 노래를 부르며 율동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다. 노래 가사는 박삼구(73)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으로, 공연을 본 박 회장은 “내가 너희 덕분에 산다” “기를 받아간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 직원들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앞서 숨진 기내식 업체 대표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아시아나 직원들이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앞서 숨진 기내식 업체 대표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와 관련해 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은 “이런 노래를 한 달에 한 번 불렀다”고 주장했다.
9일 오전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승무원 A씨는 “모든 승무원이 똑같은 사례를 매달 겪어온 행사였다”며 이렇게 밝혔다. A씨는 “회장님이 교육생들을 방문하면 안기는 역할, 달려가서 팔짱 끼는 역할 등이 따로 있어 이 행위가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고 했다.

A씨는 “회장님이 올 경우 교관들부터 눈물을 흘린다”며 “이후 교육생들이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등과 같은 말을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 앞에서 연습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회장님 한 번만 안아주십시오’라는 말을 삼가야 한다는 교육도 받았다”며 “‘한 번’이라는 게 회장님이 기분 나쁠 수도 있다는 이유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입사해 1년을 일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 같은 행사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승무원이 되고 난 후에도 회장님이 사원을 방문하는 순간 모든 교육은 스톱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은 지난 6일에 이어 8일에도 경영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침묵하지 말자’는 이름의 익명 채팅방에 참가 중인 인원은 3000명에 가깝다. 직원들은 이 채팅방을 통해 박 회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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