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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백 여가부 장관이 “문재인 재기해” 외친 혜화역 시위 간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여성의 일상은 포르노가 아니?7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열리고 있다. 이들은 소위 '몰카'로 불리는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때에도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할 것을 촉구했다. 2018.7.7/뉴스1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혜화역 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논란에 휘말렸다. 정 장관은 경질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도 게재됐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혜화역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현장을 방문한 뒤 ‘여성가족부 장관’ 페이스북 계정에 소회를 남겼다. 그는 “혜화역 시위 현장에 조용히 다녀왔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노상에 모여 함께 분노하고 함께 절규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성가족부 장관으로서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날 시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멀리서 지켜봤다는 정 장관은 “국무위원의 한 사람이자, 여성인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참으로 송구스럽고 마음이 무거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러분들이 혜화역에서 외친 생생한 목소리를 잊지 않고, 불법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안전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여성가족부 장관 페이스북]

[여성가족부 장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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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책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현장을 방문한 정 장관의 행보가 도마에 오른 건 이날 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남성 혐오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에는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재기해’라는 표현은 2013년 서울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사망 사건에서 비롯됐다. 온라인 상에서 남성들을 향해 ‘투신해 죽으라’는 혐오ㆍ조롱의 뜻으로 주로 쓰인다.  당시 사회자는 “저희 집회에서 말하는 ‘재기해’는 사전적 의미의 ‘재기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향해 혐오 표현을 썼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이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를 외치며 문제 삼은건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홍대 누드 모델 몰카 사건 이후 불거진 성별에 따른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해선 “일반적인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여성들의 문제의식은 일반적으로 몰카 범죄나 유포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이 너무나 가볍고 미온적이다.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미약하다. 서로 합의나 보라고 하니까 2차 가해가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편파수사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발언을 ‘재기해야할 이유’로 들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ㆍSNS에서도 이러한 시위 구호에 대해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 장관이 시위 현장 방문 사실을 밝히자 “대통령에게 죽으라는 시위에 장관이 동조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 장관의 페이스북 시위 소감 게시글에 찬반 댓글 3606개가 달렸다. 8일 게재된 청와대 국민 청원 ‘여성가족부 장관 정현백 경질을 청원합니다’는 9일 낮 12시 기준 4만63명이 동참했다. 청원자는 “7일 혜화역 시위는 남녀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와 피켓으로 가득찬 시위였다”며 “그럼에도 혜화역에 모인 일부 극렬 페미니즘 추종자들의 일방적인 주장과 반정부 선동에 동조하는 정 장관은 현 정부의 이념과 정책 방향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뜻밖의 논란이 일자 여가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 고위 관계자는 “정 장관이 시위 현장에 간건 공식 일정이 아니다.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담당 국장 등 수행 인력도 대동하지 않고 조용히 방문한 것이지 시위에 참여한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관 페이스북에 게재된 소감 역시 대통령을 모욕하는 시위 구호에 동조하거나 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위 현장에서 드러난 여성들의 분노에 경청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상식적인 수준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7일 서울 혜화역에서는 다음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3차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열렸다. 불편한 용기는 성평등을 위해선 세상이 불편할 정도로 용기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주최 측 추산 6만 명, 경찰 추산 1만9000여 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 거리 시위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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