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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표 금융감독 강화 본격화... "금융사와 전쟁해야 할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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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본격적인 금융개혁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종합검사 부활, 금융사 지배구조 개혁 등 ‘금융의 김상조’를 연상케하는 내용의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제시하면서다. 윤 원장은 수면 아래 잠복 중이던 노동이사제의 재추진도 명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9일 이같은 내용의 ‘금융감독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5개 부문, 17개 핵심과제로 구성된 방대한 내용이다. 금감원은 '셀프연임'등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부실 금융회사에 대해 영업정지와 최고경영자(CEO) 해임권고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 4분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법 준수실태 집중점검에 나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오종택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오종택 기자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등이 문제가 된 만큼 금감원은 지배구조, 자본ㆍ유동성 관리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실태평가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금융회사 지배구조ㆍ내부통제를 전담하는 전문검사역 제도를 신설한다.

이에 앞서 올 4분기에는 지난 2015년 폐지됐던 종합검사가 부활된다. 금융사들의 공포의 대상인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징계 위주가 아니라 컨설팅 위주로 기능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폐지됐다. 하지만 윤 원장은 종합검사 폐지로 금융사 감시와 소비자 보호 기능이 약해졌다고 보고 종합검사를 부활하기로 했다. 이미 증권사에 대해서는 종합검사 부활된 상태인데 이를 은행 등으로 확대 적용한다. 금감원이 다시 명실상부한 ‘금융 저승사자’가 되는 셈이다.

다만 과거 관행과 달리 가계대출 관리목표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지배구조ㆍ내부통제 관리가 부실하다고 생각하는 금융사를 선별해 검사를 강화하는 '유인부합적'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다시 말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통한 ‘황제경영’ 차단 방안도 내놓았다.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금융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금융위에 권고했던 장본인이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도입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사실상 권고를 거부하면서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상황이다. 윤 원장의 노동이사제 재천명으로 이 사안은 다시 한번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또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같은 금융사고 원인이 내부통제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올해 안에 금융권 내부자신고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현장검사 주기를 감사 업무 우량과 불량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윤 원장은 "지배구조 또는 내부통제 부실 등으로 소비자보호에 실패한 기관ㆍ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강화할 것"이라며 "경영방침에 의한 조직적ㆍ구조적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와 해임권고 등으로 엄중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대형금융사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갑질 행위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대주주ㆍ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 불공정행위 발견 시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보험사의 계열사 투자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리스크를 따져 이에 상응하는 자본을 요구하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많으면 자본을 더 쌓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그룹 자본의 일정 비율을 초과하는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해 추가 자본을 요구하는 방식을 통합그룹 자본규제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 강화 방침과 관련해 “금융사와 전쟁을 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 보호를 위해 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 종합관리 시스템도 구축한다. 부동산 관련 펀드ㆍ신탁ㆍ유동화증권 등 ‘그림자 금융’을 포함한 전 금융권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례화하고, 과도한 부동산 투자로 인한 거품경제 형성을 막기 위해 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 등을 검토한다.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에도 적극 나선다. 올 하반기 대출금리 부당 부과 조사를 모든 은행으로 확대 실시하고 부당 영업행위 발견 시 환급 및 제재를 추진한다. 보험설계사ㆍ카드모집인 등에 대한 수수료ㆍ보수 부과 관행을 판매 단계별로 일괄 점검해 금융상품의 가격상승 요인을 차단할 예정이다.

윤 원장은 "이번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업무의 청사진으로 삼고 조직의 역량을 결집해 역점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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