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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치니 억하고 쓰러져” 발언 강민창 전 치안본부장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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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고(故) 서울대생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사인을 은폐하려 한 강민창 전 내무부 치안본부장이 지난 6일 오후 11시40분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국일보가 9일 보도했다. 향년 85세.

강민창 전 치안본부 본부장 [연합뉴스]

강민창 전 치안본부 본부장 [연합뉴스]

이날 매체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강 전 본부장이 이날 숨졌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인이 사건 이후 경찰 내부에서도 행방을 알지 못할 정도로 사실상 은둔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매체를 통해 밝혔다.

1933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한 강 전 본부장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안동사범학교를 중퇴하고 군에 입대해 전쟁에 참전했다. 종전 후 경찰에 입문해 1986년 1월 제10대 치안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이듬해인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가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중 고문 끝에 숨졌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졌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7년 1월 14일, 당시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던 박종철씨가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에서 조사를 받다가 수사관들에게 물고문을 받고 사망한 사건이다.

강 전 본부장은 당시 부검의가 ‘목 부위(경부) 압박에 따른 질식사’라고 보고했으나, 박씨 사망 이틀 뒤 연 기자회견에서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하는 등 단순 쇼크사로 사인을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언론과 의료·종교계의 노력으로 박씨의 물고문 사실이 밝혀졌다.

박씨의 사망이 언론에 보도된 뒤 전국에서 박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민주화 요구 목소리도 거세지면서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촉발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최근 영화 ‘1987’을 통해 재조명됐다. 영화 속에서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강 전 본부장의 발언이 관심을 모았다.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첫 보도한 1987년 1월 15일자 중앙일보 지면.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중이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첫 보도한 1987년 1월 15일자 중앙일보 지면.

강씨는 과거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해서 결정난 대로 따랐다”며 “나도 국가로부터 피해를 받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93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강 전 본부장의 장례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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