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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중증환자 전방위 치료 체계 구축, 생명 살리는 ‘기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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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고대구로병원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 실력 있는 병원에는 중증환자가 몰린다. 인력·장비가 뛰어날수록 환자의 소생 가능성은 커진다. 여기에 응급실·외래·병동·중환자실 등 병원 전반의 환자 관리 시스템이 더해지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대구로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신속대응팀 운영 등 전방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며 중증환자 치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증환자 관리의 기준을 제시하는 고대구로병원을 소개한다.

의료진은 매주 두 번 중환자 퇴실 여부를 논의한다. 환자 안전과 병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의료진은 매주 두 번 중환자 퇴실 여부를 논의한다. 환자 안전과 병실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고대구로병원의 입원 환자 절반은 외상·암·뇌졸중·심장병 등으로 고통받는 중증환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2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환자 수가 많은 것만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4대 암(위·폐·대장·유방)·중환자실 적정성 평가에서 동시 1등급을 획득한 11개 의료기관 중 한 곳이다. 민병욱(대장항문외과) 진료부원장은 “중증환자는 사소한 판단 착오나 처치 과정의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병원 전체적으로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환자 안전과 치료 성적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증 외상전문의 24시간 대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제 운영 #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2주 내

4대 암,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1등급

고대구로병원은 2016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면서 응급 환자 치료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뤘다. 중증환자를 위한 응급전용 수술실과 병동, 중환자실 등의 공간을 별도로 구성하는 한편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외상전문의가 24시간 병원에 상주하며 집중 치료를 시행한다. 중증 외상 환자의 경우 외상전문의가 15분 내에 환자의 1차 처치를 수행해 생존율을 끌어올린다. 뇌졸중·급성심근경색 환자 역시 ‘골든 타임’인 한 시간 내 해당 과 전문의가 환자를 보도록 연계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중환자실에는 전담전문의가 24시간 환자 곁을 지킨다. 고대구로병원이 중환자 관리에 특히 강조하는 것은 ‘전문성’이다. 중환자실로 이송된 환자는 주치의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로 변경된다. 주치의는 전담전문의와 환자 상태, 치료 방법을 논의하지만 실제 치료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긴급한 상황에서 주치의를 기다릴 필요 없이 전담전문의의 즉각적이고 연속적인 처치가 가능하다. 김남렬(외상외과) 중환자실장은 “분초를 다투는 중환자는 사소한 변화를 감지하고 즉시 대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실력을 다른 과 의료진이 신뢰했기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담전문의는 환자의 건강 상태, 치료 결과를 종합한 후 주치의와 추가적인 회의를 통해 퇴실 여부를 결정한다.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동시에 중환자실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한 방식이다. 실제 중환자실에서 1년간 퇴실한 환자를 추적 조사한 결과 입원 시보다 병이 악화한 환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관련 내용은 올해 초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발표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외래에서는 숨은 중증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진단부터 공을 들인다. 환자에게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 해당 과 전문의에게 손쉽게 진료 의뢰를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급한 환자라고 판단되면 의사에게 직접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진료 의뢰 후 24시간 내 실제 진단이 이뤄지는 비율은 90%를 웃돈다.

 애초에 중증도가 높은 암 환자에게는 외래 진단부터 수술까지 2주 내 완료되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을 적용한다. 암 진단으로 인한 환자의 부담과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말기·전이 암 환자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외과·종양내과·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가 모여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한다. 그 결과, 병원의 전이·말기 암 생존율은 국내 의료기관 평균치의 10%포인트를 웃돈다. 민병욱 부원장은 “암 등 중증환자 수술 역시 환자의 부담이 적은 최소 침습, 최소 절개를 추구한다”며 “전립샘·대장암 등 구조가 복잡한 조직의 암을 뗄 때는 최신 로봇수술기(다빈치 Xi)를 활용해 후유증을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전이·말기 암 생존율 평균보다 10%P↑

고대구로병원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신속대응팀 운영 등 병원 전반의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고대구로병원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신속대응팀 운영 등 병원 전반의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중증환자는 입원 중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건강이 악화하곤 한다. 병동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면 환자의 생존율은 평균 10% 미만에 불과하다.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24시간 ‘신속대응팀(Rapid Response Team·이하 RRT)’을 가동하고 있다. RRT는 응급상황 발생 후가 아닌 발생 전에 조치를 담당하는 전문팀이다. 환자의 체온, 호흡수·맥박수, 의식 저하 등 10가지 항목에 이상 징후가 3개 이상 발견되면 RRT가 출동해 약물 투여, 혈액검사 등 초동 처치를 수행한다. 불씨가 화재로 번지기 전 제거하는 것이다.

 효과는 놀랍다. 도입 전 9개 외과 병동의 심폐소생술(CPR) 시행은 5건이었지만 도입 후 현재까지 CPR 건수는 ‘0(제로)’를 기록하고 있다. 김남렬 실장은 “처치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해 사전에 조치하면 생존율을 3~4배 끌어올릴 수 있다”며 “향후 병원 전체 진료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고대구로병원의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은 ‘진행형’이다. 지금도 2주마다 한 번씩 30여 명의 의료진이 ‘진료협력TFT(태스크포스팀)’에 모여 중증환자 관리 방안을 개선해가고 있다. 민병욱 부원장은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지역을 넘어 국내 중증환자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중증환자 관리 시스템을 끊임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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