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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직원들 "39 OUT"··· 박삼구 회장 규탄 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집회에 참가한 아시아나 항공의 한 직원이 하회탈을 쓰고 있다. 하회탈은 '업무에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승무원들의 마음 표현했다고 한다. 이태윤 기자

집회에 참가한 아시아나 항공의 한 직원이 하회탈을 쓰고 있다. 하회탈은 '업무에선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승무원들의 마음 표현했다고 한다. 이태윤 기자

'기내식 대란'과 관련,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집회를 열고 박삼구(73) 회장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8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었다. 앞서 6일에 200여명의 직원이 집회를 열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한바 있다.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6시쯤 60~70명의 직원들이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6일 집회에도 참석했다는 승무원 김모씨는 "기내식 문제 때문만으로 나온 게 아니다"면서 "기업이 30주년인데 그동안 바뀌지 않은 기업문화를 바라보며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이름을 숫자에 빗댄 '39 OUT!' 팻말을 손에 들고 구호를 외쳤다. 하회탈을 쓴 참가자도 있었다. '승무원들이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론 울고 있는 속내를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삼구 회장의 이름을 숫자에 빗댄 '39 OUT' 피켓을 들고 나온 참가자들의 모습. 이태윤 기자

박삼구 회장의 이름을 숫자에 빗댄 '39 OUT' 피켓을 들고 나온 참가자들의 모습. 이태윤 기자

이번 문화제의 도화선은 지난 1일 알려진 노 밀 사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기내식 공급이 늦어지는 바람에 항공기 80편 중 51개의 출발이 지연됐고 36편은 기내식을 싣지 못했다. 아시아나 경영진이 예정된 물량을 다 만들어 낼 수 없는 중소업체를 기내식 공급업체로 지정해 기내식 대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시작된 지 하루 뒤인 2일에는 기내식을 납품하는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박삼구 회장이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했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노밀 사태가 시작된 1일 박 회장의 딸인 세진(40) 씨가 관련 경력 없이 금호리조트의 상무로 임명된 사실이 알려졌다. 박 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문제 제기에 “여성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예쁘게 봐달라”고 말하며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박 회장이 중국 출장을 위해 탄 비행기에만 기내식이 실려 ‘의전 특혜’ 논란까지 더해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문화제에 참석한 아시아나 직원들은 신원을 감추기 위해 가면이나 마스크를 착용했다. 지난 2일 숨진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를 추모하고자 검은색 옷을 입거나 국화꽃을 준비한 사람도 있었다. 지상 여객서비스부에서 일하는 김지원(34)씨는 “본인 딸을 상무에 앉히는 게 무슨 문제냐며 예쁘게 봐달라는 말 같지도 않은 언행을 했다”며 “대한민국 대기업에서 상무로 올라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대기업 입사도 어렵다. 그게 할 소리냐”고 말했다.

땅콩회항의 당사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가운데 검은 옷)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이태윤 기자

땅콩회항의 당사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가운데 검은 옷)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이태윤 기자

직원 가족들도 회장 일가 성토에 동참했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직원을 남편으로 둔 김모(44)씨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기업 오너들의 갑질이나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아시아나 문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땅콩회항'의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을 비롯, 대한항공 소속 직원 10여명도 이날 집회에 동참했다. 승무원 옷을 입고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 김모씨는 "아시아나 항공 이야기지만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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