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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음악·앱이 약…치매 어르신 치료하는 ICT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정근의 시니어비즈(10) 

인구 고령화와 함께 치매 인구도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말 기준 69만명의 치매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2030년에는 127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에 의하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10%, 80세 이상 고령층의 약 절반이 치매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질병과 같이 치매도 조기 치료와 지속적 관리가 중요하다. 약물치료 외에도 비약물 치료인 운동치료, 인지 재활치료, 작업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 보조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이런 비약물 치료 방법은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나 초기치매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아 최근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치매 예방 시니어 비즈니스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 VR 활용한 영국의 이머시케어

이머시케어(ImmersiCare) 로고. [사진 이머시케어 홈페이지(https://www.immersicare.com)]

이머시케어(ImmersiCare) 로고. [사진 이머시케어 홈페이지(https://www.immersicare.com)]

치매 환자들에게 가상 현실(VR, Virtual Reality) 경험을 제공하는 영국 이머시케어(ImmersiCare)가 있다. 이머시케어는 VR기술과 소셜미디어 기능에 특화한 트라이브믹스(Tribemix)라는 기업과 돌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퀀텀케어(QuamtumCare)의 합작회사로 2015년 설립됐다.

현재 고령층을 위한 VR 관련 회사가 다수 존재하지만 이머시케어는 3D 입체영상을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높은 해상도의 영상은 실제와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치매로 집이나 시설에만 거주하는 고령층은 해변이나 산 등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머시케어는 이들에게 VR을 통해 다양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일부 치매 환자는 공격적이거나 억제력이 결여돼 충동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머시케어(ImmersiCare)는 치매 환자들이 VR을 통해 다양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머시케어(ImmersiCare)는 치매 환자들이 VR을 통해 다양한 장소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머시케어에서 제작한 가상현실 장면은 반복적 행동을 하며 불안해하는 치매 환자에게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스트레스와 고통을 경감시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임상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머시케어의 VR을 사용한 치매 환자의 경우 스트레스가 7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덕분에 이머시케어는 2017년 건강 돌봄 분야의 ‘VR 사용 대상(Best Use of VR in Healthcare)’을 받기도 했다.

현재 VR세트와 소프트웨어, 노트북 및 제품 에프터서비스까지 패키지로 4400파운드(한화 약 65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2. 음악으로 기억 돕는 미국의 뮤직 앤 메모리 

뮤직 앤 메모리(Music & Memory) 로고. [사진 뮤직 앤 메모리 홈페이지(https://musicandmemory.org/)]

뮤직 앤 메모리(Music & Memory) 로고. [사진 뮤직 앤 메모리 홈페이지(https://musicandmemory.org/)]

치매 노인이 자신이 젊었을 때 즐겁게 듣던 음악을 다시 듣는다면 어떤 일들이 발생할까? 놀랍게도 음악을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기억력이 회복되고, 삶의 활력도 찾게 된다. 음악의 이런 치료역할을 활용한 뮤직 앤 메모리(Music & Memory)가 있다.

뮤직 앤 메모리는 치매 환자가 자신이 젊었을 때 즐겁게 듣던 개인 맞춤형 음악을 제공해 주고, 돌봄제공자에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디지털 음악기술을 활용해 고령층이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낸 다음 최종적으로 고령층과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 취향에 맞는 맞춤형 음악을 선곡한다.

뮤직 앤 메모리는 치매 환자에게 과거 들었던 음악을 제공해주어 기억력을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도록 돕는다. [사진 https://www.kanopy.com]

뮤직 앤 메모리는 치매 환자에게 과거 들었던 음악을 제공해주어 기억력을 회복하고 삶의 활력을 찾도록 돕는다. [사진 https://www.kanopy.com]

뮤직 앤 메모리는 요양원의 노인 고령층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곡을 선택하는 방법과 MP3 플레이어 활용법까지 교육하며, ‘뮤직 앤 메모리 인증기관’을 지정한다. 『알츠하이머 예방지(The Journal of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의 올 4월호에 의하면 뮤직 & 메모리가 제공하는 음악이 알츠하이머환자의 집중력을 활성화하고 감정적 고통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뮤직 앤 메모리의 설립자인 댄 코헨(Dan Cohen)은 2010년 MP3플레이어를 활용해 요양원에 거주하는 고령층이 음악을 들을 만한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직접 근처 요양원에 가 맞춤형 음악을 제작·제공하면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효과를 인정받아 2013년 위스콘신주 보건국이 100개 요양원을 중심으로 뮤직 앤 메모리 사업을 시작했고, 2014년 가을에는 150개 기관이 뮤직 앤 메모리 인증기관으로 등록했다.

Alive Inside 중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Alive Inside 중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2014년 미국 선덴스영화제(Sundance Filim Festival)에서는 뮤직 앤 메모리를 통해 활기를 되찾는 고령자를 다룬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얼라이브 인사이드, Alive Inside)’ 라는 다큐멘터리 영상이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2017년 기준 뮤직 앤 메모리 인증기관은 미국 내 4800개로 늘었고 영국·네덜란드·독일 등 유럽 57개, 호주 109개, 이스라엘 5개 등 해외로도 인증기관이 확대됐다.

3. 개인 맞춤형 앱 만드는 미국의 그레이매터스 

그레이매터(Greymatters) 로고. [사진 그레이매터 홈페이지(https://www.greymatterstous.com/)]

그레이매터(Greymatters) 로고. [사진 그레이매터 홈페이지(https://www.greymatterstous.com/)]

2013년 설립된 미국의 그레이매터스(Greymatters)는 가족이 치매 고령층의 이야기와 좋아하는 음악과 사진을 이북(e-book)형태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패드(iPad)용 앱이다. 창업자인 제니 로즈브룩(Jenny Rozbruch)은 그래픽디자이너로 뉴욕의 시각 예술 대학교(the School of Visual Arts)의 석사과정 프로젝트로 그레이매터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6년 동안 할머니의 혈관성 치매를 경험한 가족들의 돌봄에서 영감을 얻었다. 치매로 인해 할머니의 단기 기억과 독립적 기능은 손실됐지만,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열심히 할머니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여줬다. 또 익숙한 음악을 듣게 했고, 가족의 경험을 앱으로 구현했다.

그레이매터는 가족이 치매 고령층의 이야기와 좋아하는 음악, 사진을 e-book형태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패드용 앱이다. [사진 애플앱스토어 화면캡처]

그레이매터는 가족이 치매 고령층의 이야기와 좋아하는 음악, 사진을 e-book형태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패드용 앱이다. [사진 애플앱스토어 화면캡처]

앱은 가족이 함께했던 사진과 음악, 이야기를 토대로 맞춤형 콘텐트를 만들 수 있다. 앱은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지만, 올릴 콘텐트의 양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유료로 전환한다. 또 고령층이 원하는 1940년대 또는 1950년대 영화 등의 영상 콘텐트도 유료로 판매한다.

이 앱의 목적은 단순히 치매를 앓는 고령층의 과거 기억을 찾도록 도와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돌봄 제공자가 이 앱을 통해 치매 고령층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며 스트레스도 줄인다. 그레이매터는 음악과 게임이 결합한 대화형 라이프 스토리 북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레이매터는 환자와 가족이 추억을 통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 그레이매터 홈페이지(https://www.greymatterstous.com/)]

그레이매터는 환자와 가족이 추억을 통해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진 그레이매터 홈페이지(https://www.greymatterstous.com/)]

이 앱은 환자와 가족이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치매 환자를 둔 가족이 주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 앱은 ‘2018년 세계 변화 아이디어 상(winners of the 2018 World Changing Ideas Awards)’을 받기도 했다.

치매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아직 그 원인조차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완전한 치료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연구진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로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해외사례처럼 첨단 ICT 기술에 콘텐트를 접목해 고령층 치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 사업화 아이디어가 국내에서도 만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jkim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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