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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제네시스·볼보트럭…신차는 왜 공항을 택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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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 1 터미널에서 항공권 발권을 위해 공항 내부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파란색 제네시스 G70이 눈에 띕니다. G70은 올해 1~5월 5783대가 팔린 고급 준중형 세단입니다. 차급을 생각하면 절대 저렴하지 않은 가격(3750만~5410만원)에도 월평균 1000대 이상 출고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차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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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중인 제네시스 G70. 문희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중인 제네시스 G70. 문희철 기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좌우대칭 구조로 기아차가 대형세단 K9이 전시돼 있습니다. K9 역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차종입니다. 기아차가 지난해 1년 동안 판매했던 K9 판매량(1553대)을 단 한 달(1705대·5월) 만에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차를 구매하겠다고 계약한 사람(2066대·5월)이 판매 목표치(1600대)를 넘어설 정도죠(129.1%). 
[J가 타봤습니다] K9, 3초 만에 차량의 완성도를 확인하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중인 기아차 K9. 문희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중인 기아차 K9. 문희철 기자.

이뿐만이 아닙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 터미널에 가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인 GLC350e를 2대 만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전기차 브랜드(EQ)를 연초 국내에 선보이면서, EQ 브랜드 신차를 국내 최초로 전시하는 장소로 인천국제공항을 골랐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전시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 문희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전시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 문희철 기자.

인천국제공항에는 과거에도 자동차가 전시된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는 2002년부터 차량을 소개하는 장소로 인천국제공항을 애용했습니다. 과거에도 제네시스의 대형세단 EQ900과 준대형 세단 G80이 인천국제공항에 전시된 적이 있습니다. 또 기아차는 스포츠세단 스팅어를 같은 장소에서 선보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했었던 기아차 스팅어. 문희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전시 했었던 기아차 스팅어. 문희철 기자.

이런 분위기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자국의 자동차 기업 본사가 위치한 국가는 자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를 공항에 전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 방문했던 스웨덴이 대표적입니다. 인천공항에서 주로 현대차그룹의 대표 모델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볼보그룹이 태동한 스웨덴 공항에서도 볼보의 대표적인 차량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입국장 수하물 찾는 곳에서 전시 중인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문희철 기자.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입국장 수하물 찾는 곳에서 전시 중인 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문희철 기자.

한국과 스웨덴의 월드컵 축구경기가 열리던 날 방문했던 예테보리공항에서는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나오는 공간(baggage claim)에 V90 크로스컨트리가 떡하니 올려져 있었습니다. 짐을 기다리다 보면 눈길이 안 갈 수 없는 곳이죠. 우리나라에서는 jtbc 예능 프로그램인 ‘효리네 민박’에서 등장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입국장에 전시 중인 볼보트럭 FH. 문희철 기자.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입국장에 전시 중인 볼보트럭 FH. 문희철 기자.

상반기 한국에서 판매 중인 모든 상용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볼보그룹의 베스트셀링 트럭 FH도 예테보리공항 입국장 한쪽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볼보트럭은 올해 상반기 국내서 FH 모델을 339대 판매하는 등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1~3위를 싹쓸이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출국장에서 전시 중인 볼보 V60. 문희철 기자.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출국장에서 전시 중인 볼보 V60. 문희철 기자.

예테보리공항 출국장에는 볼보의 왜건 V60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40이 등장합니다. 공항에서 전시 중인 차량 주변 광고판 곳곳에서도 볼보 차량의 영상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출국장에서 촬영한 볼보 XC40. 문희철 기자.

스웨덴 예테보리공항 출국장에서 촬영한 볼보 XC40. 문희철 기자.

이렇게 공항에 전시된 차량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고급 차, 둘째는 당대 가장 화제가 되는 차량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자동차 기업이 고급 차를 공항에 선보이는 건 버스터미널·기차역보다 상대적으로 공항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소득이 높을 확률이 높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공항 이용객은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며 “비교적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를 목표 고객층에게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인천공항에서 볼 수 있는 제네시스 G70. 문희철 기자.

인천공항에서 볼 수 있는 제네시스 G70. 문희철 기자.

공항이 보유한 대외적 이미지도 고급 차 브랜드가 이곳을 선호하는 배경입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그간 각종 공항평가에서 수차례 최고 수준의 공항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아시아 허브공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공간에 차량을 전시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셈이죠.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은 “스마트한 공항을 표방하는 인천국제공항 제 2 여객터미널은, 스마트한 미래 모빌리티(mobility·이동수단)를 구현하는 EQ브랜드의 지향점과 부합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전시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초로 선보인 전기차 브랜드(EQ) 차량이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전시 중인 메르세데스-벤츠 GLC350e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최초로 선보인 전기차 브랜드(EQ) 차량이다.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글로벌 시장에서 널리 화제가 되는 차종이 종종 등장하는 이유는 공항이 버스터미널·기차역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유동인구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버스·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국적·지역·연령대가 더 다양하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보다 다양한 고객층에게 화제가 되는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아자동차는 “공항에서 자동차를 접한 국내외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공항은 자동차 제조사에게 매우 훌륭한 마케팅 장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예테보리(스웨덴)·인천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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