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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비행기 부품 돌려막기해···기내식보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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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뉴스1]

아시아나항공 전직 정비사이자 노조 간부였던 김영수씨가 "기내식 대란보다 더 큰 문제는 안전 정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3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내식 대란이 업체가 바뀌면서 나타난 순간적인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전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무리하게 자금 차입을 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며 "자금이 부족해 작년 기내식 업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최근에 발생한 기내식 대란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삼구 아시아나 회장이 4일 오후 노밀사태와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박삼구 아시아나 회장이 4일 오후 노밀사태와 관련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김씨에 따르면 경영진의 무리한 자금 운용이 표면적으로는 기내식 대란으로 나타났지만, 더 중요한 부분에서도 문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김씨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기내식 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식사보다 중요한 건 비행기의 안전, 정비 안전 부분인데 저는 전직 정비사로서 (그 부분이) 사실 더 염려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항공기는 수많은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든 안 나든 반드시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그런데 아시아나항공은 지금 비용 문제로 정비 쪽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노조가 회사 측에 안전 문제에 투자하라고 얘기했지만 번번이 가로막혔다고 주장했다.

'기내식 대란'으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비행편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4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기내식 대란'으로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비행편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4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이동하고 있다.[뉴스1]

김씨는 또 "아시아나항공에는 여력기가 부족하다"고 폭로했다. 여력기(남는 비행기)가 있어야 비행기 고장 유무와 관계없이 일정 기간 정비를 할 수 있는데 지금 아시아나항공은 안전 투자 미비로 여력기가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또, 엔진 등 기타 주요 부품도 많이 부족해 돌려막기식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운용되는 항공기에서 부품을 떼서 다시 이쪽 비행기에 장착해 그 비행기를 내보내고. 또 다른 비행기에서 부품을 떼서 이 비행기에 달아서 또 운용을 하는, 돌려막기식 정비가 지금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가 누적된 결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사들은 사기가 저하되고 대량 이직이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회사 측이 안전에 투자하지 않고 문제가 생길 경우 정비사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씨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법률적 대응을 할 경우에도 반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만약 회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저에게 이의제기한다면 얼마든지 회사에 제가 가지고 있는 견해나 입장 자료들을 통해 반박할 수 있다"며 "그다음에 현재 정비사들이 이직하는 것만 가지고도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정비사가 입고된 비행기의 엔진 스피너 콘(spinner cone)을 손보고 있다. [중앙포토]

인천공항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정비사가 입고된 비행기의 엔진 스피너 콘(spinner cone)을 손보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다 다시 돌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륙 직전에 비행기 오른쪽 날개 공기압 계통에서 결함이 발견된 탓이다. 이 일로 이륙시간이 7시간 지연됐으며 아시아나 측은 "안전을 위해 비행기를 동일 기종으로 교체한 뒤 출발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승객 가족은 언론 인터뷰에 "에어컨 결함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전날 아시아나항공에 담당 공무원 및 조종·객실·정비 담당 안전감독관(조종 1명, 객실 1명, 정비 2명) 등 총 5명을 파견해 현장을 점검·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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