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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동호·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영세업자 지불능력도 없는데 최저임금만 올리면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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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소신 발언 주목되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장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정이 대화기구를 통해 최저임금, 근로시간단축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홍장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해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사정이 대화기구를 통해 최저임금, 근로시간단축 제도를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노동계 출신이자 진보 정부의 집권당 원내대표라면 친(親)노동 성향이 얼마나 강할까. 홍영표(61)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얘기다. 하지만 그는 최근 노동계에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와 관련해서도 정기적 상여금과 수당을 포함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항의하러 국회를 찾아온 민주노총 간부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누가 봐도 불합리한 건 고쳐야지 그냥 갈 수는 없다”며 “내가 보기엔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고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노총은 이 발언에 반발해 “앞으로 모든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게다가 6ㆍ13 지방선거에서는 유세 현장마다 쫓아다니며 여당 후보의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몽니를 부렸다. 친노동계라고 해도 홍 원내대표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그의 속내를 듣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그는 경제를 말할 때는 숫자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친노동의 입장에 서 있지만 균형 잡힌 의견을 쏟아내는 배경으로 보였다.

노동계 출신인데 노동계에 쓴소리 #최저임금 지역ㆍ업종별 차등화하고 #사회임금 올리는 포용적 정책 필요 #탄력근로기간 확대, 노사정이 결정 #혁신성장 법안, 정기국회 통과시켜 #중국에 산업경쟁력 추월 막을 것 #협치 된다면 야당에 장관직도 고려 #친문 실세 부엉이모임 밥 먹었을뿐

-경제 지표가 너무 나쁘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이 원인이 돼 5월 고용이 나빠졌다고 하는데, 최저임금 인상률 16.4%를 적용하기 시작한 게 올해 1월이다. 아직 그 영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지켜봐야 실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비, 생산, 소득 증가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은 말 앞에 마차를 놓은 격’이고 ‘장기적 효과는 물론이고 단기적 성과도 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소득주도성장을 최저임금 인상 하나로 보는 시각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 1996년 이후 2016년까지의 국민총소득(GNI)을 보자. 이 기간 가계소득은 8.7% 줄어들었다. 반면 기업소득은 8.4% 올라갔다. 다른 국가들은 기업소득이 내려가고 가계소득은 올라간다. 임금으로 지급되는 비중이 적다 보니 기업소득은 높고 가계소득은 낮은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이 바로 소득주도성장의 출발점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신규 취업자가 넉 달 연속 20만 명대 아래로 떨어지고 청년실업률은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
“5월 고용지표 악화는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생산활동인구 감소, 제조업 불황과 같은 경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인지도 봐야 한다. 최저임금이라는 제도는 세계화와 과학기술의 혁명 등으로 사회적 양극화가 구조화되면서 강구된 수단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미 정부 때도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고 일본의 아베노믹스에도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일이 있다. 저임금 근로자들의 소득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과의 차이는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ㆍ일본은 지역별ㆍ업종별로 차등하고 있다.
“그건 현실적이라고 본다. 우리도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법적 권한을 가진 최저임금위원회 안에서 논의되길 바란다.”

 -그럼에도 속도 조절이 요구되고 있다.
“고용지표나 경제성장 추세를 보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논의가 돼야 한다. 한국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했고, 민주노총ㆍ한국노총이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대화를 나눴으니 기대해 볼 만하다.”

-영세자영업자의 형편도 고려해야 한다.
“지불능력이 없는데 임금만 대폭 인상하면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하겠는가. 그래서 한편으로 이러한 방식이 한계가 있으니 ‘사회임금’을 보전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저비용으로도 살 수 있도록 교육ㆍ주거ㆍ의료ㆍ통신 등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과 함께 사회임금도 함께 묶어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에서 해내야 할 두 가지 큰 과제다. 이게 포용적 성장이라고 본다.”

-근로시간 단축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근로시간 단축은 7월부터 시작했다. 더구나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안타까운 것은 시행하지 않았던 4, 5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에 영향을 받아 경제가 위축되었다고 보는 점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계도기간이라도 길어야 하지 않겠나.

“노사정이 특례업종의 근로시간 단축을 합의한 것은 이미 2014년이다. 국회가 다양한 반발에 밀려 근 5년을 기다린 문제다. 내가 국회의원이 된 2009년부터 이미 근로시간 단축을 이야기해 왔다. 이번에 법 개정을 안 할 수가 없었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제구조가 맞물려 있어 중소기업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만, 국회가 입법만 가지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회사도 변화된 제도에 적응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장시간 노동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상상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에 과거 대량생산 시기와 같은 방식으로 일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문제가 있다고 더 늦출 수는 없다.”

-탄력근무제라도 늘려야 하지 않을까.
“노사가 합의하면 3개월 시한으로 탄력근로제가 지금도 가능하다. 정작 그 제도를 활용하는 비율은 3.7%뿐이다. 6개월로 늘린다고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경제계에서는 1년으로 기간 확대를 원하는데 6개월 정도의 기간 조정은 지난 2월 여ㆍ야가 합의를 본 부분이다. 기간을 얼마로 할지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유럽연합처럼 24시간 중 11시간은 꼭 쉬어야 하는 연속 휴게시간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노동계의 사회적 대화 참여다.

“공감하지만 환경 조성이 안 된 측면이 있다. 결국 사회적 대화는 경제계가 요구하는 노동계 유연성, 노동계가 요구하는 안정성을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경제계에서는 시간근로제와 같은 일자리를 늘리기를 요구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사회안전망과 복지가 안 되고 있어 노동계는 고용을 우선시한다.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느끼는 이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있나.
“실업수당은 최장 8개월, 월평균 70만 원밖에 안 된다. 그 외에는 직장을 잃었을 때 가족들과 살아갈 수 있는 담보가 없다. 그러다 보니 기업의 구조조정이 발생하면 쌍용자동차 (퇴직자 자살 사태)처럼 흔들리는 것이다. 고용보험이 지금 10조원 나가고 있는데 만약 30조원 정도 만들 수 있으면 실업수당으로 1인당 200만원 줄 수 있다. 5000만원 연봉 받던 사람이라면 구조조정돼 실업수당으로 300만원 이상 준다면 분위기 달라질 수 있을 거다.”

-그런 재원을 어떻게 만드나.

“10조원은 이미 집행 중이니, 나머지 중 10조원은 기업이 부담, 나머지는 정부가 예산을 절약해서 5조원이라도 부담하고 노동계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같이 부담해야 한다. 이런 안전망을 만들어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규제 개선이 필요한데 국회에서 관련법 통과가 안 되고 있다.

“혁신성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법이 규제완화다. 우리 당으로서는 그것이 규제샌드박스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이 규제 완화에 소극적이고 성과를 내지 못했던 부분 인정한다. 당내 이견 조정을 통해 규제샌드박스를 일단 통과시켜야 한다. 정기국회까지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

 -글로벌 신기술 100개 중 57개는 한국에서 불법이다.
“중국에서 가능한 신산업을 한국에서는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건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로 드론산업이 그렇다. 우리나라가 먼저 시작했는데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정기국회에서 혁신성장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 공약이기도 했고 현재도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다.”

-무역전쟁이 심각하다. 국회의 대책은.
“통상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자동차 관세가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성을 생각하면 할 가능성이 크다. 몇십만 명의 자동차 산업, 부품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도 대미외교 강화로 철저히 준비하겠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가장 어려운 게 청와대와의 관계다. 당·청 관계를 어떻게 끌고 갈 생각인가.
“적어도 정책과 법안, 예산은 당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청와대, 정부와 당 수뇌부가) 미리 정책을 결정하고 당에는 뒤늦게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당·정·청 간 소통 시스템을 새로 만들려 한다. (청와대와) 소통이 잘되고 있다. (청와대와 이견이 있으면) 당의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하겠다.”

-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추진한다고 했는데 그걸 성사시키기 위해 일부 장관직을 야당에 줄 의향이 있나.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협치가 제도화해야 한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여야 간에) 협력보다는 이견이 많았다. 주요 현안은 여야가 함께 한다는 원칙이 먼저 분명히 합의되면 (장관직 주는 걸)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친문들이 ‘부엉이 모임’이란 조직을 만들고, 차기 당 대표에 친문 정치인을 앉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데 친문 출신 원내대표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부엉이 모임이란 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모였던 이들이 서너번 만나 밥 먹은 것밖에 없다. 만일 그런 조직이 정치적으로 활동을 해왔다면 이미 언론 등에서 난리가 났을 것 아닌가. 차기 당 대표는 계파가 아니라 당을 통합하고 시대의 요구에 맞게 혁신해가는 능력을 가졌는지를 기준으로 결정될 것이다.”

홍영표는

대우자동차 노조 대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 그룹인 ‘친문’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과 참여연대 정책위원을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을 맡으면서 정부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이를 토대로 2008년 인천 부평구을에서 당선돼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을 기록하고 있다. 친노동이지만 “대한민국 노동계도 이제는 우리 경제사회 주체 중 하나로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 건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취재에는 변은샘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