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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경문 새긴 도장 300여개로 완성한 남북 지도자의 초상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중국 화가 왕제의 작품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중국 화가 왕제의 작품

 중국의 현대화가 왕제(王皆)가 문재인 대통령을 그린 인물화다. 얼핏 모자이크 그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316개의 사각형 전각(도장)을 찍어 완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사각형 속에는 한자가 한글자씩 전서(篆書)체로 새겨져 있다. 이렇게 도장을 찍어 그린 그림을 탁인화(拓印畵)라 부른다. 왕제가 독창적으로 만들어 낸 기법이다.
왕제의 작업실에 가 보니 5000여개의 도장이 있었다. 불교 연구가이기도 한 그는 모두 5174자로 이뤄진 금강경의 글자들을 한 글자씩 새겨 같은 숫자의 도장을 제작했다. 이 도장들이 화가 왕제의 붓을 대신한다. 그는 주로 정치인이나 역사 속 인물을 그림으로써 자신의 눈에 비친 시대상을 화폭에 담아낸다. 특수제작된 인주를 정성껏 묻힌 뒤 강약을 조절해가며 금강경의 글자 한 자씩을 화폭에 찍어냄으로써 사람의 얼굴 형상을 그려내는 왕제의 작업 과정은 금강경의 지혜와 철리(哲理)를 작품의 대상 인물에 부여하는 종교 의식과도 같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그린 왕제의 탁인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그린 왕제의 탁인화

탁인 기법으로 완성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이다. 왕제는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변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커다란 감흥을 받고 남북 지도자 두 사람을 그리게 됐다”며 “사람의 힘과 지혜로 수십년간 고착된 역사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중국인 이외에는 오바마, 푸틴 등 서양인을 많이 그렸는데 한국인이나 조선인을 그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화가 왕제 "한반도 정세 변화에 큰 감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중국 화가 왕제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그린 자신의 작품 앞에 선 중국 화가 왕제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왕제는 최근 모두 11점의 탁인화를 완성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 이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리고 한반도의 남북 양쪽에 살고 있는 4명씩의 실존 인물들이다. 작품 교류를 통해 알게 된 남북 미술계의 친구 또는 그들의 자녀를 그렸다. 그는 이 작품들로 9일부터 서울의 한 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회의 제목은 ‘한반도의 목걸이 북위 38’이라 붙였다. 왕제는 “아픔과 분열의 상징이던 38선이 이제는 목걸이처럼 아름다운 고리로 바뀌어 남과 북을 이어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담았다”고 말했다.
서울 전시에 이어 평양에서의 전시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북한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을 지금의 북한 체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이 진정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선다면 예술에 대한 관용도 생겨날 것이므로 5년쯤 뒤에는 전시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왕제 개인전 포스터

왕제 개인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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