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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주 삼성전자의 굴욕 … 국민주 변신 두 달 만에 13%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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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내 증시 간판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지수가 2.35% 급락한 지난 2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5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50대 1 액면분할 후 바닥이 뚫린 듯 추락하고 있다.

5월 50대 1 액면분할 뒤 내리막 #5만3000원에서 4만6250원으로 #2분기 실적 하락 전망이 결정타 #기관·외국인 팔고 공매도 급증 #“3분기 실적 개선, 주가 반등 기대”

삼성전자 주식은 액면분할에 따라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나흘간 거래가 정지됐다가 5월 4일 시초가 5만3000원으로 거래가 재개됐다. 하지만 7거래일 만에 5만원 선이 무너졌고, 2일 결국 4만6000원 선 밑으로 떨어졌다. 3일과 4일 이틀 연속으로 소폭 반등해 4만6250원까지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초라한 수준이다. 액면분할 이후 두 달 만에 12.7%나 하락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액면분할 당시만 해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1주당 가격이 낮아져 개인 투자자 유입으로 수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대대로 ‘국민주’ 변신에는 성공했다. 액면분할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5373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하지만 개미들이 저렴해진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동안 기관투자자와 외국인들은 주식을 처분하기 바빴다. 같은 기간 기관은 삼성전자 주식 2조 3061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경우 6월 한 달 동안 순매도한 게 1조1035억 원 어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갑작스러운 주식분할 발표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입 및 거래량이 많이 증가했다”며 “그러나 주식분할 이후 주가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보도 내용을 믿고 매입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암울한 2분기 실적 전망이 ‘황제주’ 추락에 가속도를 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액은 60조411억 원, 영업이익은 15조2729억 원으로 전망된다. 한 달 전 전망치보다 매출액은 3.4%,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줄줄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7만5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낮췄고, 신한금융투자와 이베스트투자증권도 각각 5.9%, 2.9% 하향 조정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주요인”이라며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부진하고, 중국 스마트폰 품질이 좋아지면서 경쟁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2년간은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해 유례없는 호황이었다”며 “수급균형이 맞춰지면서 반도체 가격 상승세는 둔화하고 원가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공매도도 급증했다. 액면분할 후 지난 2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통틀어 공매도량(3459억7231주)이 가장 많았다. 남북경협주인 이화전기나 지난해부터 공매도 타깃이 됐던 LG디스플레이보다 2배 이상 많다.

액면분할 이전까지는 공매도 순위 100위 안에서도 이름을 찾기 어려웠던 삼성전자다.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10%를 넘은 날도 7일이나 된다.

삼성전자 주가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증권사들은 3분기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실적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과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원화 가치 하락과 OLED 물량 증가 등으로 3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9’ 출시가 상반기 ‘갤럭시S9’의 판매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확대가 투자 유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8년 기준 배당 수익률은 3% 수준”이라며 “매력적인 배당 수익률이 주가 하락의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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