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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환 장로 "몰몬교는 일부다처제? 오히려 교회서 쫒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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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알리는 것보다 예수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이하 몰몬교) 북아시아 회장 최윤환(61) 장로를 만났다. 몰몬교는 미국에서 상당히 큰 교단이다. 가톨릭-남침례교-감리교에 이어서 네 번째다. 한국에서 주류인 장로교는 미국에서 열 번째 규모의 교단이다. 몰몬교는 직업적 성직자가 따로 없다. 평신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며 교회를 꾸린다. 목사가 따로 없는 몰몬교에서 북아시아 회장직은 가톨릭의 추기경 정도에 해당한다. 최장로가 관할하는 지역도 남한과 북한을 비롯해 일본과 괌, 괌 아래에 있는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등이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인해 남-북, 북-미 관계에 변화가 오면서 그는 더 바빠졌다. 몰몬교는 오랫동안 미국과 적십자 등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왔다.

최윤환 장로는 "우리는 북한에 사과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사과나무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최윤환 장로는 "우리는 북한에 사과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사과나무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최근 북한 측과 접촉이 있었나.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에 몰몬교의 본부가 있다. 그 도시에 ‘웰페어 스퀘어’가 있다. 저희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복지 센터다. 옛 여의도 광장보다 더 크다. 밀가루 제분소가 있어서 밀가루를 손수 만들고, 목화를 따서 직접 실을 뽑아 옷을 만든다. 땅콩을 키워서 피넛버터도 만든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나 수해를 당한 곳이 있으면, 이곳의 물품들이 전세기로 즉각 지원된다. ‘웰페어 스퀘어’는 미국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꼭 방문하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곳을 찾았다. 지금 ‘웰페어 스퀘어’에 북한 측 인사들이 와 있다.”

-북한 사람들이 왜 이곳에 왔나.
“솔트레이크 시티에 와서 ‘복지 시스템’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곤란하다. 몰몬교가 그동안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과 쌓아온 신뢰가 있다.”

-어떤 신뢰인가.
“저희 교회는 그동안 북한에 사과를 보내지 않았다. 사과나무를 보냈다. 사과나무가 잘 자라는 토양을 가꾸기 위해 지질학자도 보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소를 몰고 북한에 갔다. 우리는 농사 짓는 소의 종자개량을 위한 과학기술을 지원했다. 생선을 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일러주었다. 게다가 북한의 광물이나 천연자원에 이해타산을 가지고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신뢰가 생겨났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웰페어 스퀘어'를 방문하고 있다. '웰페어 스퀘어'는 옛 여의도 광장보다 더 큰 규모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웰페어 스퀘어'를 방문하고 있다. '웰페어 스퀘어'는 옛 여의도 광장보다 더 큰 규모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미국의 FBI(미연방수사국)에서 직원을 뽑을 때도 몰몬교도를 좋아한다. FBI는 몰몬교 재단인 브리검영 대학 출신에 선교사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 금융가인 월스트리트도 마찬가지다. 몰몬교도 특유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심지어 대형마트에서 재고 조사를 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할 때도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로 전화 연락이 올 정도다.

-‘몰몬교’하면 ‘일부다처제’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꽤 있다. 어떻게 된 건가.
“서부 개척시대와 남북전쟁기였다. 많은 남자가 죽었다. 당시 저희 교회는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을 대상으로 일부다처제를 허용했다. 대신 교회 최고위급 지도자가 허락을 해야만 가능했다. 당시 그럴만한 재정 능력이 되는 사람은 몰몬교 안에서도 극소수였다. 그런데 몰몬교에서 파문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나가서 ‘몰몬’이란 이름을 집어넣고 교회를 따로 세웠다. 스스로 ‘몰몬’이라 칭하면서 일부다처제를 허용했다. 그들 때문에 오해받은 측면이 크다.”

-지금도 유타주에 가면 일부다처제를 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있다. 그런데 그들을 따라가 보라. 그들은 몰몬 회원이 아니다. 오히려 몰몬은 아내가 둘 이상이면 교회에서 파문을 당한다. 미국에서 1879년 복수결혼 금지법이 제정됐다. 몰몬교는 1890년에 복수결혼 금지 성명을 발표했다. 몰몬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나라의 법을 어기지 않는다.”

최윤환 장로는 " '헬핑 핸즈'를 통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최윤환 장로는 " '헬핑 핸즈'를 통해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몰몬교는 평창 동계올림픽 때 강릉역 앞에 봉사기관인 ‘헬핑 핸즈(Helping Hands) 센터’를 운영했다. 올림픽 기간 중 약 1만2000명이 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받았다. 외국인 선교사를 활용해 12개국 언어에 대한 통역 서비스도 제공했다. ‘몰몬’이란 이름도, 종교적인 구호도 내걸지 않았다. 교회 회원들뿐 아니라 불교와 가톨릭 신자 등 이웃종교인들도 함께했다. 강릉 지역 택시기사들이 시청까지 찾아가 “헬핑 핸즈에게 표창을 주라”고 아우성을 칠 정도였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봉사 활동의 본질이 뭔가.
“누가 예수님께 물었다. ‘가장 큰 계명이 뭐냐?’ 예수님은 첫째가는 계명은 ‘하나님을 네 마음과 목숨과 뜻을 다해서 사랑하라’라고 했다. 둘째가는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했다. 그러니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사람은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지는 않는 거다.”

-봉사 활동을 통해 결국 무엇을 바꾸는 건가.
“나의 성품을 그리스도의 성품으로 바꾸는 일이다. 저희 교회의 선지자 메리언 지 롬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하늘나라에 가기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게 아니다. 봉사는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사는 방식이다.’”

몰몬교는 가족을 무척 중시한다. 몰몬교는 평신도 교회다. 최윤환 장로의 부인 구본경씨를 회원들은 '사모님'이 아닌 '자매님'이라고 불렀다. 오종택 기자

몰몬교는 가족을 무척 중시한다. 몰몬교는 평신도 교회다. 최윤환 장로의 부인 구본경씨를 회원들은 '사모님'이 아닌 '자매님'이라고 불렀다. 오종택 기자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모르몬교=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구약』『신약』과 함께 『몰몬경』을 믿는다. 『몰몬경』은 1827년 미국인 조지프 스미스가 고대 선지자(모로나이 천사)의 방문을 통해 전해받았다는 경전이다. 미국의 몰몬교 회원 수는 664만명이다. 세계 188개국에 1620만명의 회원이 있다. 국내 등록 회원은 8만8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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