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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문제, 국회가 움직인다…‘묻지마 난민’ 입국 줄어들까

중앙일보

입력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선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의 수용을 찬성하는 집회와 반대하는 집회가 각각 열렸다. 같은 시간 제주시청 앞에서도 “무사증 제도를 악용해 입국한 예멘 사람들을 강제 출국시켜야 한다”며 난민 반대 집회가 개최됐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과 무비자 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입국허가(비자)가 필요 없는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당장 난민을 품고 있는 제주도뿐 아니라 잠재적 수용지가 될 수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난민을 함부로 들이면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난민 수용을 우려하는 여론이 조금씩 커지자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난민법 개정안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난민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계속 제출돼 왔지만 최근 예멘 난민 문제를 계기로 반대 방향의 개정안이 나오기 시작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병·초선)은 지난달 29일 국회에 난민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핵심 내용은 난민 인정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현행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난민 인정 심사 때 난민으로 불인정할 수 있는 사유를 규정했을 뿐 난민 인정 심사 자체를 아예 제한하는 조항은 없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일단 난민 신청을 하면 심사 단계까지 가게 되고, 심사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의신청을 거쳐 불인정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까지 가게 되면 난민이 아닌데도 2년 넘게 한국에 머무를 수 있다. 결국 난민이든 아니든 난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한국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으며 상당 기간 체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권칠승, ‘경제적 이유’는 난민 심사 자체를 못 받게

권 의원이 낸 법 개정안에는 난민 인정 심사 자체를 받을 수 없게 만들 수 있는 사유로 ▶안전 또는 사회질서를 해칠 우려 ▶거짓 서류 제출 등을 나열하면서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등 난민 인정 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도 포함시켰다. 제주에 있는 예멘인 상당수가 경제적 목적으로 입국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단순히 난민을 막기 위한 개정안이 아니라 난민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논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뉴스1]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곧 개정안을 제출한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사하을·4선)은 ▶난민 심사기간 6개월→60일 단축 및 이의신청 절차 폐지 ▶난민 아닌 걸로 발각될 경우 즉시 추방 및 지원금 반환 ▶제주 무사증 제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마련해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조경태 “대한민국 국민 인권·안전이 최우선”

조 의원은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인도주의적 난민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과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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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난민 제도 악용을 막을 수 있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만큼 조만간 국회도 난민법 개정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러 국가에선 난민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4개국은 최근 불법 난민의 체류를 돕는 사람을 처벌하는 반(反)난민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합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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