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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음바페, 메시를 집으로 … ‘10대 펠레’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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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넣은 프랑스 대표팀의 샛별 킬리안 음바페. 19세 193일인 그는 브라질의 펠레 이후 60년 만에 10대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신화=연합뉴스]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에서 2골을 넣은 프랑스 대표팀의 샛별 킬리안 음바페. 19세 193일인 그는 브라질의 펠레 이후 60년 만에 10대의 나이에 월드컵 무대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선수가 됐다. [신화=연합뉴스]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19)가 세계 축구의 새로운 별로 우뚝 섰다. ‘양대 산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31·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을 ‘왕위 계승자’로 전 세계 축구 팬 앞에서 인상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아르헨 잡고 프랑스 8강 이끈 샛별 #PK 얻고 2골 넣어 역전승 이끌어 #드리블 시속 38㎞, 볼트처럼 달려 #16세 모나코 데뷔 … 이적료 2636억 #펠레 “위대한 선수 된 걸 축하한다”

음바페는 1일 러시아 카잔에서 끝난 아르헨티나와의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19분과 23분에 연속골을 터뜨렸다. 음바페의 활약에 힘입어 프랑스는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음바페는 이날 폭발적인 드리블과 정확한 슈팅을 앞세워 월드컵 첫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메시의 꿈을 좌절시켰다. 그가 이끄는 프랑스는 난적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8강에 올랐다. 영국 BBC는 “음바페는 천재적인 기술과 두 개의 탁월한 발, 똑똑한 두뇌와 용기, 수준급 골 결정력이라는 축복을 한꺼번에 받은 선수”라고 칭찬했다.

1998년 6월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가 우승할 때 음바페는 엄마 뱃속에 있었다. 그는 1998년 12월생으로 만 19세다. 이날 눈부신 활약을 펼친 음바페는 ‘축구 황제’ 펠레(브라질)에 이어 60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한 경기 두 골 이상을 터뜨린 10대 선수가 됐다. 펠레는 만 17세의 나이로 참가한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당시 프랑스와의 준결승전(5-2승)에서 3골, 스웨덴과의 결승전(5-2승)에서 2골을 넣어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킬리안 음바페(오른쪽). [EPA=연합뉴스]

음바페가 활약한 배경엔 폭발적인 스피드가 있다. 독일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르트1’은 “전반 10분 음바페가 하프라인부터 질주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낼 때 순간 최고 속도는 시속 38km에 달했다”며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 100m 결승전에서 세계신기록(9.58초)을 작성할 당시 평균 속도(시속 37.58km)보다 빨랐다”고 보도했다. 스포르트1은  또 “음바페의 기록은 볼트가 세계신기록을 수립할 당시 피니시 라인 속도(시속 44.72km)에는 못 미친다”면서도 “맨몸이 아니라 볼과 함께 달린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라고 칭찬했다.

음바페의 경기를 지켜본 펠레는 자신의 트위터에 “어린 나이에 월드컵에서 한 경기 두 골을 넣어 위대한 선수가 된 음바페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다른 경기에서도 행운을 빈다. 단, 브라질과의 경기만 빼고”라고 썼다.

음바페는 파리 외곽의 소도시 봉디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모두 아프리카 이민자다. 카메룬 출신으로 아마추어 축구선수였던 아버지, 알제리에서 건너와 핸드볼 선수로 활동한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아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친형 켐보-에코코도 터키리그 소속 부르사스포르에서 뛰고 있다.

아버지가 감독으로 활동한 지역 축구팀 AS봉디 소속으로 4세 때 축구를 시작한 그는 어려서부터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클레르퐁텐(프랑스 정부가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선수들이 봉디 유소년팀 선수들과 친선경기를 한 게 계기가 됐다. ‘프랑스 축구의 보물이 봉디에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럽 축구클럽 스카우트가 몰려들었다.

10세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첼시의 초청을 받아 런던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13세 때는 클레르퐁텐에 들어갔다. 1년 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입단 테스트를 받을 땐 레알 1군 선수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기도 했다. 당시 레알 훈련장에서 호날두와 만나 기념사진을 찍은 음바페는 ‘호날두를 능가하는 공격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침실을 온통 호날두 사진으로 도배해 놨다.

펠레

펠레

15세 때 음바페는 프랑스 명문 AS모나코와 계약했다. 유스팀에서 기량을 갈고 닦은 음바페는 16세이던 2015년 12월 캉과의 경기에 후반 43분 교체 투입돼 모나코 역사상 최연소 1군 데뷔 기록(16세347일)을 세웠다. 2개월 만인 2016년 2월에는 트로예스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며 티에리 앙리를 제치고 구단 최연소 득점 기록(17세62일)도 다시 썼다. 주전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2016~2017시즌에는 26골·11도움을 기록해 일약 프랑스 최고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소속팀 모나코는 프랑스리그 정상,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다.

한 시즌 만에 음바페는 이적료 1억8000만 파운드(약 2636억원)에 라이벌 파리생제르맹으로 옮겼다. 프로 데뷔 시즌을 갓 치른 신인이 10대 선수 최고액 이적 기록을 작성한 순간이었다. 파리생제르맹에서 음바페는 에딘손 카바니(우루과이), 네이마르 다시우바(브라질)와 ‘공격 삼총사’로 활약하며 2017~2018시즌 63골을 합작했다. ‘세계 최고 공격편대’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 음바페의 몸값은 또 한번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 파리생제르맹 회장은 최근 “이적료로 10억 유로(약 1조2800억원)를 제안하는 팀이 나오더라도 음바페를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음바페는 실력뿐 아니라 선행도 ‘월드클래스’다. 프랑스 스포츠전문지 레퀴프는 1일 “음바페가 러시아 월드컵 참가 보너스 전액을 장애 아동의 스포츠 참여를 돕는 자선단체 ‘프러미에 데 코르디’ 재단에 기부한다”고 보도했다. 음바페는 지난해 파리생제르맹과 계약하며 월드컵 본선 한 경기당 1만7000파운드(약 2500만원)의 출전수당을 받기로 옵션 계약을 맺었다. 만약 음바페가 매 경기 출전해 프랑스의 우승을 이끌 경우 기부금 총액은 26만5000파운드(3억9000만원)로 늘어난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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