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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한국의 샴페인’ 천연탄산 막걸리 만드는 ‘발효 형제’

중앙일보

입력

막걸리 가업 잇는 유학파 건축가 

울산 울주군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 복순도가 외관. [사진 복순도가]

울산 울주군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 복순도가 외관. [사진 복순도가]

‘톡톡톡톡’ ‘쪼록쪼록’
지난달 28일 울산 울주군 상북면 논 옆에 있는 막걸리 양조장 ‘복순도가’. 입구에 들어서자 기포가 사방에 튀는 듯 술 익는 소리(*중앙일보 사이트에서 기사를 보면 기사 맨 아래쪽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직접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가 들렸다. 은은한 누룩 향도 났다. 오른쪽 투명창으로는 발효 중인 막걸리 옹기를 볼 수 있었다. 복순도가는 화학 첨가물과 인공탄산을 넣지 않고 한 달 정도 발효해 만든 천연 탄산 손 막걸리다.

발효중인 막걸리. [사진 복순도가]

발효중인 막걸리. [사진 복순도가]

이 막걸리는 울산 대표 특산품 가운데 하나로 김정식(65) 복순도가 대표, 박복순(57) 장인이 집안 전통 가양주를 재연해 만들었다. 2010년 부부의 두 아들이 합류해 제품을 브랜드화했다. 이곳은 지난달 20일 농림축산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돼 또 한 번 변화를 꾀하고 있다.

마셔도 더부룩하지 않은 막걸리 

시어머니의 가양주 비법을 이어받아 복순도가를 만든 박복순 장인. [사진 복순도가]

시어머니의 가양주 비법을 이어받아 복순도가를 만든 박복순 장인. [사진 복순도가]

복순도가의 가장 큰 특징은 저온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천연 탄산이다. 양조장에서 만난 둘째 아들 김민국(33) 실장은 “천연 탄산 때문에 청량감이 높은 데다 맛이 깊고 부드럽다”며 “유산균을 다량 함유해 장에도 좋고 천연이라 숙취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김 실장은 많은 실험으로 체계적 발효법을 정립했다.

뚜껑을 여는 방법도 독특하다. 살짝 열어 탄산이 ‘치이이이’하고 올라오면 닫은 뒤 다시 살짝 열어 탄산을 빼는 것을 3~5회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위아래가 자연히 고루 섞인다. 뚜껑을 한 번에 세게 따면 막걸리의 3분의 2가 쏟아질 만큼 천연 탄산이 강하다. 울주 언양 쌀, 직접 만든 누룩을 통째로 사용하고 50~70년 된 전통 옹기에서 발효하는 것 역시 특징이다. 100% 수제라 계절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한 병 1만2000원, 마니아 많아 

3~5회 두껑을 여닫으며 탄산을 빼는 과정에서 자연히 침전물이 섞인다. [사진 복순도가]

3~5회 두껑을 여닫으며 탄산을 빼는 과정에서 자연히 침전물이 섞인다. [사진 복순도가]

한 병당 가격은 1만2000원으로 일반 막걸리의 10배 정도다. 고급화 전략을 지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하루 200~300병만 판매한다. 맛은 적당히 시면서 상큼하다. 맛있고 많이 마셔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아 마니아가 많다. 백화점·골프장·호텔·마트와 전통주 전문점 등에 공급하는데 서울 지역 납품처가 전체의 80%다. 일본·홍콩에도 수출한다.

입소문을 타고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 건배주(2012), 대통령 재외공관장 회의 만찬주(2013),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건배주(2015)로 뽑혔다. 샌프란시스코 국제와인주류품평회 금상, 영국 주류품평회 은상, 로스앤젤레스 국제와인품평회 동상 등을 수상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3월 영국의 유명 잡지 모노클에 유망 소(小)기업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외국 유명 주류품평회에서 인정

복순도가를 브랜드로 만들고 다양한 발효사업을 하고 있는 김민규(오른쪽) 복순도가 대표와 동생 김민국 실장. [사진 복순도가]

복순도가를 브랜드로 만들고 다양한 발효사업을 하고 있는 김민규(오른쪽) 복순도가 대표와 동생 김민국 실장. [사진 복순도가]

양조장에 오면 술 빚는 과정을 보고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 서울 복순도가 서촌차고점, 부산 복순도가 F1963에서도 맛볼 수 있다. 복순도가의 또 다른 차별점은 공간이다. 미국 쿠퍼유니온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첫째 아들 김민규(36) 복순도가 공동대표는 2015년 주변의 흙·볏짚·숯 등을 사용해 지금의 양조장을 지었다.

김민규 대표는 쌀과 누룩이 전통주가 되듯 발효 공간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바뀌는 과정을 '발효건축'이라고 정의해 이를 주제로 졸업 논문도 썼다. 그는 “볏짚을 태운 재로 착색한 벽, 황토 벽돌로 만든 숙성실 등이 제각각 의미가 있다”며 “발효 철학을 담아낸 이 공간은 양조 기능을 넘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문화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복순도가에 ‘도시 도(都)’자를 쓴 이유다.

“관광·체험 접목, 화장품·소주 출시”

복순도가 양조장 외관. 시음과 전시, 판매 공간이 함께 있다. [사진 복순도가]

복순도가 양조장 외관. 시음과 전시, 판매 공간이 함께 있다. [사진 복순도가]

복순도가는 발효건축 개념을 담아 9월에 시작할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 고택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향수를 즐기거나 누룩을 직접 담아보는 체험 등이다. 13~15도의 도수 높은 막걸리와 소주·청주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민규 대표는 “체험·관광을 활용해 막걸리는 싼 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내로라하는 직장도 마다하고 가업에 뛰어든 형제는 “어느 순간 내 일과 가업이 하나가 됐다”며 “누룩을 이용한 화장품, 유산균 음료를 출시해 발효사업을 무궁무진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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