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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대 양보경 총장 "학장 직선제, 교수대의원회로 투명한 학교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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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성신여대 양보경 총장 

성신여대 양보경 총장은 “성신여대는 정의롭고 민주적인 대학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 단과대학 교수들이 직접 대표자를 뽑는 학장직선제 등 성신여대의 민주화는 한국 대학 역사에서 큰 획을 긋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총장은 지난 5월 30일 직접선거로 선출됐다. 성신여대 개교 82년 만에 교수·직원·학생·동문 등 학내 구성원 전체가 투표권을 갖고 참여한 선거였다. 양 총장은 2일 성신여대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해 앞으로 4년간 성신여대를 이끈다.

2일 취임하는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총장은 "정의롭고 민주적인 대학, 공감과 소통이 살아 있는 대학으로 성신여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2일 취임하는 양보경 성신여대 신임총장은 "정의롭고 민주적인 대학, 공감과 소통이 살아 있는 대학으로 성신여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변선구 기자

 성신여대는 지난해 큰 내홍을 겪었다. 2005년 성신학원 이사장을 거쳐, 2007년 이후 10년째 총장을 맡던 심화진 전 총장이 교비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아 지난해 물러났다. 교육부 파견이사가 포함된 이사회가 구성돼 지난해 10월 당시 교수협의회 회장이던 김호성 교수를 10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김 전 총장은 '직선제 등 총장 선출방식을 마련하고 교수실로 돌아가겠다'고 뜻을 밝혔고, 그 결과, 지난 5월 총장 직접선거가 이뤄졌다.

양 총장은 학생·동창·직원들에게 큰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성신여대 사상 최초의 성신여대 학부 출신 총장이다.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총장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사진 성신여대]

서울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사진 성신여대]

교수·학생·직원·동문 '4주체' 직접선거로 선출

교수·학생·동문·직원 전체가 투표권을 가진 첫 선거였다.
“1990년대 중반에도 우리 대학에선 총장을 직선으로 뽑았다. 그때는 교수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후 학생·직원·동문에게 투표권이 확대됐으나 동문·직원·학생 측 대표가 참여하는, 말하자면 직선과 간선이 섞인 선거였다. 이번 선거엔 성신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했다. 다른 대학에 모범이 되는 사례를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대학 민주화에서 큰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재학생 중 절반이 넘게 투표를 했는데.
“투표가 단 하루였다. 그런데 휴학생을 제외한 재학생(1만126명) 중 54.1%가 투표에 참여했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열정, 학교에 대한 사랑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학생들이 정말 오고 싶어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학생들에게 약속했다.”

개교 82년 만에 동문 출신 첫 총장

심 전 총장 구속 사태의 원인과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리더 혼자서 조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시스템이라고 본다. 그 속에서 성신공동체가 분열됐다. 법인이사회가 총장의 전횡을 견제해야 하나 그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건강하며 비판적인 견제 기능이 약해졌다. 조직은 다양성을 가져야 민주성을 가질 수 있다. 총장으로서 내부 견제를 허용하고 보장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재건하려고 한다. '대학 바로 세우기'라 할 수 있다.”
민주적 운영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대의기구를 강화하려 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학장 직선제가 도입됐다. 이전에는 총장이 학장을 임명했는데 학장 직선제를 부활했다. 단과대학을 대표하는 리더를 교수들이 선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교수대의원회를 학칙 상의 기구로 만들었다. 교수대의원도 각 단과대학에서 직선으로 뽑도록 했다. 교수대의원회가 총장을 견제하면서도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직선제는 학내 갈등의 부작용도 지적됐다. 학장의 철학이 총장과 다를 수도 있는데.
“총장과 학장의 생각이 다르면 오히려 좋은 견제와 조화에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수 대의기구 제도화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마다 교수협의회가 있는데, 이는 임의단체다. 이것을 우리는 교수대의원회라고 해서 학칙에 넣었다. 교수들의 대표기구로 학교 집행부나 총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내 도서관. [사진 성신여대]

서울 성신여대 수정캠퍼스 내 도서관. [사진 성신여대]

세간에 알려진 성신여대 출신의 이미지는 어떻다고 보나.
“성신여대 출발은 성신여자사범대였다. 중년들에겐 성신여대생은 모범적이고 정숙한 교사 같다는 이미지가 많다. 80년대 종합대학으로 바뀐 뒤에는 순수하면서도 열정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하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아 왔다. 앞으로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미래인재의 자질을 갖춘 인재로 인식되도록 노력하려 한다.”
교육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도모하나.
“도전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창의적 실험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려 한다. 교양과 전공 교육에서 상당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할 계획이다. 인문사회계열도 공학적 소양을 갖추게 하고, 자연계열 학생은 사고하는 능력, 글쓰기, 예술성까지 갖춘 인재로 키우려 한다. 커리큘럼을 개정 중이다.”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 있는 실습용 모의 병동. [사진 성신여대]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 캠퍼스에 있는 실습용 모의 병동. [사진 성신여대]

성신여대는 서울에 캠퍼스가 둘인데 각각 발전 전략은.
“성북구 돈암동에 수정캠퍼스가 있고, 강북구 미아동에 운정그린캠퍼스가 있다. 수정캠퍼스는 교육·연구 중심 캠퍼스로, 운정그린캠퍼스는 외부와의 네트워크에 강한 캠퍼스로 특성화 하려고 한다. 기업과의 연계 속에 연구소를 유치해 산학협동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도 교류하는 방향으로 운정그린캠퍼스를 발전시키겠다.” 
신임 교수의 수업 부담을 줄이고, 조교수의 재임용 심사 주기도 늘렸는데.
“신임 교수들이 충분히 연구를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너무 세분화해 있고, 학과마다 유사한 과목을 통합해 수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가능하다. 현재 조교수 재임용 심사는 대부분 대학이 2년마다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교수들이 2년 안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연구에 매달린다. 우리 대학은 첫 2년 뒤에는 4년 후에 심사를 받도록 바꾸려 한다. 4년 간의 시간을 가지고 연구의 질적인 수준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성신여대 학군단. [사진 성신여대]

성신여대 학군단. [사진 성신여대]

☞양보경 총장=경기여고를 졸업해 성신여자사범대 지리교육과(74학번)를 나왔다. 서울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古)지도 전문가로서 TV·라디오에 여러 번 출연했다. 2000년엔 EBS에서 '양보경의 우리 옛 지도를 찾아서'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동여지도의 제작 과정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박범신 작가가 쓴 소설『고산자』에 논문 전문이 실리기도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회장, 대한지리학회 회장, 성신여대 총동창회장, 성신여대 부총장 등을 지냈다.

숫자로 본 성신여대

-401만9000원: 재학생 일인당 장학금(2017년 기준)
-53개: 13개 단과대학 53개 학과
-117개: 28개국 국제교류 해외대학·기관

성시윤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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