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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디, 무대서 애타게 부르던 실종 삼촌 ‘정진철’ 찾았다

중앙일보

입력

가수 사이먼디(34·본명 정기석)가 실종된 삼촌을 찾았다고 밝혔다. 사이먼디는 1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삼촌을 만나게 되었다"며 삼촌과 아버지로 추정되는 두 사람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사이먼디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사이먼디 인스타그램 캡처]

사이먼디는 지난 달 15일, 3년 만에 '₩ & ONLY'라는 제목의 신보를 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제목은 특이하게도 '정진철'이다. 정진철은 사이먼디의 삼촌 이름으로, 현재 실종 신고가 된 상태라고 한다. 가사에 따르면 정진철씨는 패션 디자이너로 사업에 실패한 뒤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다. 치매에 걸린 사이먼디의 할머니가 정신이 잠깐 돌아왔을 때 삼촌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자 가족들은 삼촌의 실종 신고를 했다.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큰 관심을 받았다. 사이먼디는 무대에서 삼촌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면서도 "그가 먼저 우리를 찾아줄 거라는 기댄 없네. 혹시나 TV 속에 나를 봤다면 기억이나 했을까 궁금해. 죄책감 따위 느낄까 과연 뭐가 중요해 지금 그게"라는 가사로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사이먼디는 실종된 삼촌을 찾은 사실을 알리며  "삼촌과 함께 못다 했던 날들, 앞으로 행복하게 보낼 예정"이라며 "함께 걱정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진철 (가사 전문)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명절 때마다 조카들에게 선물해주던 비싼 옷
8살, 6살짜리 옷장엔 대부분 시장 꺼
일 년에 한두 번 누리는 사치스러운 행복이자 멋
그가 오는 날엔 구서 사진관 홀은 런웨이가 돼
1층에 의상실 고모는 우릴 보고 아동복 모델 같대
스튜디오에 딸린 방 두 개가 네 식구가 먹고 자는 곳 그리고 암실
연탄실 옆 변소에 밤이 되면 초를 키고 나왔지
우리 집에 비해 삼촌 집은 오션뷰의 좋은 빌라
영화 한 편 보러 간 적 있었지 아마 인디아나 존스 1탄
돌싱이었던 그의 집엔, 떠난 숙모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그런 어지러운 상황에도, 우릴 데리고 하루 종일 여기저기에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그는 오로지 여자 옷만 그리고 살았대 스케치북에
남포동 일대에 잘 나가던 업소 누나들이 주 고객
엄마가 선물로 받았던 퍼플 모피 코트
찝찝해선지 화려해서 그랬는지 한 번도 못 입고
부산에서 정진철 하면 좀 먹어주던 그 시기에
서울 진출까지 해버린 어느 날은 TV에
그 해의 패션 동향을 묻는 프로에도 나갔던 모습
자주 못 봐도 좋은 게 생기면 우리 집에 다 갖다 줬어
근데, 행복한 건 진짜 얼마 안 가데
할머니가 쓰러진 소식은 얼마나 절망 같았게
가족 모두가 신경을 써도 모자랄 판에
삼촌이 전활 안 받네 어디론가 도망을 갔대
흠, 할머니께서는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동시에 치매까지
퇴원 후 우리 방은 병실이 됐고
날마다 똥오줌 치우기 싫어 집에 가기 싫어했지
길바닥에 앉아 힘들게 미나리 팔아 모은 돈
1500 정도, 삼촌이 사업 땜에 다 말아먹은 게
너무도 미안해서 자기 엄마 볼 낯이 없다고
행여나 돌아가시더라도 절대로
안타까운 건 아빠가 형제를 잃었다는 사실과
내가 슬펐던 건 앞으로 메이커 옷을 못 입을 거라는 상실감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 이름은 정진철, 직업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나의 삼촌은, 패션 디자이너

딱 한번 본 적 있거든, 드라마에 나올 법한 기적을
할머니께서 잃었던 정신이 돌아오신 모습
치매를 극복하시고는 우리와 함께 10년을 가까이
임종 직전에 마지막으로 실종 신고를
진철이, 진철이 이름을 끝까지 부르셨지만
경찰이 그의 집을 찾아갔을 땐 완전히 불 꺼진 다음
자취를 감춘 듯해 주소는 등본에 그대로인데
그가 먼저 우리를 찾아줄 거라는 기댄 없네
혹시나 TV 속에 나를 봤다면 기억이나 했을까 궁금해
죄책감 따위 느낄까 과연 뭐가 중요해 지금 그게
감감무소식인 삼촌이 고맙긴 해 이렇게라도 인생에 도움을 주네
사실 찾으면 좋고, 못 찾아도 그만이네 뭐가 중요해 지금 그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이 노래로 덕 볼 사람은 누구게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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