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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발신위치 추적…검찰ㆍ경찰 수사에 활용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부터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사 기법 종류가 상당 부분 제한될 전망이다. 지난 28일 헌법재판소가 송경동 시인과 인터넷 신문사 기자 A씨 등이 청구한 통신비밀보호법 2ㆍ1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헌재가 수사당국 입장보다는 국민의 '정보 인권' 측면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헌재 "정보수집 과도하다" 판단 #기지국 정보 '싹쓸이', 폰 위치추적 등 #2020년 3월 이후 불가능해져 #검찰 "꼭 필요한 수사기법이긴 한데…"

특히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이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전화통화와 당사자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대거 수집했던 이른바 ‘기지국 수사’ 방식은 그 활용 폭이 상당 부분 제한받게 됐다. 기지국 수사 방식은 범죄와 무관한 불특정 다수의 전화번호, 통화 정보가 본인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수집된다는 측면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2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지국수사와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헌법소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기지국수사와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 헌법소원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주요 공안 사건에 있어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송경동 시인은 2011년 8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희망버스' 행사를 준비하던 중 경찰이 자신의 휴대전화 송수신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 진보 계열 인터넷 언론사 기자 김모씨 역시 검찰이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 당 대표 예비경선 과정의 금품 살포 의혹을 수사하면서 근처의 기지국을 통해 자신의 통신내용을 확인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검찰이나 경찰에선 헌재 결정을 놓고 강력범죄를 수사할 때 초동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신보호비밀법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0년 3월 말까지 국회는 관련 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2020년 4월부터는 기지국 수사, 스마트폰 실시간 위치추적 등을 수사에 활용하는 일이 사실상 제한된다. 헌재는 법원 허가를 받아 휴대전화 발신 위치를 추적했던 ‘실시간 위치추적’에 대해서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 검찰 관계자는 “헌재의 판단대로 통신 비밀의 자유를 비롯한 국민 기본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기지국 위치추적 등은 유괴를 비롯한 강력 범죄 해결에 필요한 수사 기법이기 때문에 상당히 난감해진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유괴ㆍ폭행 등 강력 범죄에서부터 공안·특별 수사에까지 넓게 쓰였던 수사 기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검찰 역시 고민이 커질 것"이라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이나 한국 인권 상황에 대한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 놓고 보면 상당히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한국의 기지국 수사는 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됐다. 2015년 유엔 시민권리규약위원회는 “기지국 수사가 자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호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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