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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극은 결국 사람의 힘에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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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32면

Beyond Chart: Theater

요즘 연극이 내세우는 건 배우들의 ‘땀’이다. 온갖 디지털 놀이터에 볼거리·놀거리가 넘쳐나는 지금, 아날로그의 대명사 연극이 내세울 거라곤 “배우들이 튀기는 땀을 맞아보라”는 정도다. 이번 주 연극예매 2·3위에 ‘알앤제이(R&J)’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오른 걸 보면, 관객의 니즈도 극중 캐릭터 몰입보다 배우의 매력에 방점이 찍힌다. 각각 셰익스피어와 요나스 요나손의 명작 텍스트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은 게 배우들의 능력치를 극대화한 ‘멀티유스’기 때문이다.

두 작품에선 모든 배우가 ‘멀티’다. ‘알앤제이(R&J)’는 4명의 남자배우만 등장해 줄리엣을 포함한 남·여 캐릭터를 쉴 새 없이 오간다. 엄격한 가톨릭 남학교를 배경으로 학생 1,2,3,4가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몰래 낭독하며 빠져드는 설정인데, 줄리엣과 벤볼리오, 존 수사를 학생2가, 머큐쇼, 캐퓰릿부인, 로렌스 신부를 학생3이 맡는 식이다. 배우의 액팅 공간을 둘러싼 무대석에선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파워풀한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을 함께 호흡할 수 있다. ‘창문 넘어 ’는 아예 ‘캐릭터 저글링’을 내세웠다. 5명의 배우가 100세 노인 알란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60여 명의 등장인물과 동물을 나눠 맡으며 100년 동안의 세계사를 완성해갈 때, 진정 사람의 힘이 모여 만드는 것이 연극임을 깨닫게 된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사진 쇼노트·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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