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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지망생 100만 명, 데뷔는 324명 ‘바늘구멍 뚫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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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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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습생이 돼도 데뷔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린다. 소규모 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 걸그룹 여자친구. [중앙포토]

수백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연습생이 돼도 데뷔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린다. 소규모 기획사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 걸그룹 여자친구. [중앙포토]

화려하게 보이는 아이돌의 세계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언제부턴가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위는 아이돌이 됐다. 성공을 꿈꾸는 지망생들만 줄잡아 100만 명에 달한다. 아이돌로 데뷔하더라도 인기를 얻게 될지는 미지수다. 아이돌 음악 전문 비평 웹진인 아이돌로지가 펴낸 『아이돌 연감 2015』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데뷔한 신인 아이돌은 60개 팀(324명)에 불과하다. 하늘의 별 따기다. 이 중 팬들이 알아봐 주는 아이돌은 한 해 10개 팀 남짓이다. 그나마 그 10개 팀도 장기간 활동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애프터스쿨 출신 이가은의 어머니는 올 1월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당장 뉴스만 봐도 아이돌 그룹이 하루에 몇 개씩 생겨나고 사라진다”며 “가은이가 다시 가수를 하겠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얼굴 알아봐 주는 팀은 10개 정도 #그나마 스타로 뜰지 장담은 못해 #화려한 겉모습 뒤엔 고단한 삶 #노예계약에 극성 팬 스트레스도

아이돌 지망생이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려면 적게는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연습생이 되더라도 데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데뷔까지 걸리는 기간은 연습생 개개인의 역량과 시장 환경에 따라 다르다. EXO의 리더 수호는 중학교 시절이던 2005년 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SM 매니저에게 캐스팅된 후 데뷔까지 약 6년 반을 연습생으로 보냈다. 트와이스 리더 지효 역시 어린 나이에 JYP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10년 넘게 연습생 생활을 했다. 연습생 기간 중에는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상은 별다른 수입도 없다.

걸그룹 여자친구는 연습실 하나 있는 작은 기획사에서 시작해 혹독한 연습 때문에 데뷔 예정이던 멤버 3명이 탈퇴하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메이저 기획사들은 대개 연습생들을 교육시키는 비용을 자체 부담한다. 본격적인 합숙훈련에 들어가기 전이라면 아이돌 팀당 월평균 1000만~1500만원가량 교육비로 투입된다. 일부 기획사는 이마저도 연습생에게 부담시킨다. 연예기획사는 2000개가 넘는다.

이른바 노예계약으로 알려진 부당한 전속 계약이나 가혹한 처우를 강요하는 일부 기획사들의 행태도 아이돌과 연습생들을 한숨짓게 한다. 최근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5인조 남자 아이돌 A그룹이 낸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A그룹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 따르면 기획사는 운영난을 이유로 이동을 위한 차량, 보컬, 댄스 레슨 등의 각종 지원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활동을 위해 필요한 머리 손질, 메이크업 등도 ‘자기 관리’라는 이유로 자비로 처리토록 했다.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는다”는 식의 막말과 함께 멤버들이 숙소에서 먹을 음식과 생필품 비용도 주지 않았다.

식대 지원을 주장하던 기획사 직원은 퇴사시켰다. 기획사 대표는 “말을 듣지 않으면 업계에서 매장시키겠다”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하겠다”는 등의 말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A그룹 멤버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했음에도 한 번도 수익 정산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다음에도 빡빡한 일정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뎌내야 한다. 그 때문에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는 병원 신세를 지는 이도 많다.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은 지난해 말 어지럼증, 고열 등을 이유로 스케줄을 모두 미루고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부 극성팬(사생팬)으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 남자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인 앤은 올해 2월 자신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온 사생팬을 향해 “연예인이기 이전에 자식으로서 도리를 하게 해 달라”며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아이돌 원조는 프란츠 리스트 … 한국선 1996년 H.O.T.

최초의 아이돌은 누구일까. 헝가리 음악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라고 한다. 1840년대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 반한 젊은 여성들이 콘서트장에서 자주 기절하면서 ‘리스토마니아’라는 용어까지 탄생했다고 한다. 아이돌(Teen Idol)은 이후 주로 10~20대 등 주로 젊은층에 영향을 미치는 예술가를 지칭하는 명칭이 됐다.

예술가에 대한 ‘우상화’ 전통은 한동안 끊겼다가 20세기 미국에서 되살아났다. 1920년대 루디 발예, 1940년대 프랭크 시내트라를 아이돌의 시초로 본다. 80년대 뉴 키즈 온 더 블록이 육성형 아이돌의 시초로 꼽히며 백스트리트 보이스, 스파이스 걸스, 푸시캣 돌스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 아이돌 문화를 지칭할 때는 통상 1996년 H.O.T.를 시작으로 본다. 이전에도 젊은층에 영향을 미치는 인기가수는 많았지만 열성적이고 조직적인 팬 문화와 음반산업을 쥐고 흔들 정도의 힘을 보여준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한국 아이돌의 주요 특징으로 소속사의 엄격한 발탁 및 육성과 함께 팬들의 열성적인 활동이 꼽힌다.

연구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H.O.T.와 동시대에 활동한 젝스키스·god·신화·SES·핑클 등을 한국 아이돌 1세대로 분류한다. 2000년대 활동을 시작한 보아·슈퍼주니어·소녀시대·빅뱅·원더걸스·카라 등을 2세대,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샤이니·2PM·EXO·2NE1·미쓰에이 등은 3세대다. 방탄소년단·블랙핑크·트와이스 등은 3.5세대 혹은 4세대로 부른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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