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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노래 몰라도 투자 … 순식간에 200억 몰린 ‘BTS 펀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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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02면

[SPECIAL REPORT] 아이돌 파워 

지난 4월 강남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판매된 한 헤지펀드에 순식간에 200억원이 몰려 화제가 됐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선보인 ‘알펜루트 몽블랑 V 익스플로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엔터)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부자들의 자금을 굴려주는 강남 프라이빗뱅커(PB) 사이에선 ‘BTS 펀드’로 통했다.

고액 자산가들 관심 급증 #방탄소년단 기획사에 자금 몰려 #“상장 땐 시총 최대 1조6000억” #지분 보유한 넷마블 등도 들썩

익명을 요청한 A증권사 PB는 “올 들어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이들의 노래를 들어본 적 없는 자산가들조차 관련 투자법을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특히 BTS 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이었음에도 입소문이 나기도 전에 자산가들이 몰려 조기에 완판됐다. 최보근 알펜루트자산운용 대표는 “빅히트엔터는 방시혁 대표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뮤직비디오 감독, 안무가 등이 모여 있기 때문에 꾸준히 고객(팬)을 넓혀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최근 증권가에선 빅히트엔터의 상장 움직임에 주목한다. 방 대표가 지난해 말 기업공개(IPO) 의지를 내비친 데 이어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선임했다. 업계에선 빅히트가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단숨에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 1위로 올라선다. 28일 기준 엔터테인먼트 상장사 ‘빅3’의 시가총액은 SM(9422억원), JYP(8788억원), YG엔터테인먼트(6620억원) 순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방탄소년단의 음반 발매와 해외 투어가 이어져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빅히트엔터가 1년 내 상장한다면 적정 시가총액은 최대 1조6000억원까지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방탄소년단 관련주의 몸값도 올랐다. 빅히트엔터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지난 4월 빅히트엔터 지분 25.7%를 2014억원에 매입해 2대 주주로 떠올랐다. 최대주주는 50.88%를 보유한 방시혁 대표다. 넷마블은 방탄소년단의 영상과 화보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BTS월드’도 개발하고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게임엔 1만 장 이상의 화보와 100개 이상의 영상이 제공되기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판매가 순조로울 것”으로 봤다. 특히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방시혁 대표와 친척관계로 두 회사 간 전략적 협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27일 기준 넷마블 주가는 15만8000원으로 지난달 18일 방탄소년단 앨범 발매 이후 13% 올랐다.

초기에 투자해 수익을 거둔 벤처캐피털도 있다.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는 2011년부터 2년간 40억원을 빅히트엔터에 투자했다. 7년이 지난 올해 4월엔 보유 지분을 모두 넷마블에 매각했다. 회수한 누적 수익은 약 1080억원으로 투자 대비 29배 이상을 벌었다.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김중동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 상무는 “7년 전 연습생 신분의 방탄소년단 멤버를 만났을 때 소속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즐기는 모습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에스브이인베스트먼트는 방탄소년단 투자 성과에 힘입어 다음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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