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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진 물러나라는 한국당 초·재선 … “역대급 기회주의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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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08면

6·13 지방선거 참패 후 자유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초·재선 74명 분석해보니 #대부분 박근혜 공천 받은 친박 #전문가 많지만 정치 현안 소극적 #탄핵·대선 국면 땐 있으나 마나

지난 15일 정종섭·성일종·김순례·김성태(비례)·이은권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10년 보수정치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중진은 정계를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초선 의원들이 당 중진의 정계 은퇴를 요구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초·재선 의원 모임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초선 모임 간사를 맡은 김성원 의원은 18일 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이 흡족할 수 있도록 한마음 한뜻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움직임에 엇갈린 시선을 보낸다. 탄핵·대선 국면이란 절체절명의 정국에서 이들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는 이력 때문이다. 실제 한국당 초선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전후해 성명을 낸 적이 없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일주일 후인 5월 16일에 “대선 결과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혁명적 당 혁신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조치는 없었다.

곽대훈·김성원·김성태(비례)·김순례·김종석·성일종·송석준·유민봉·윤상직·이은권·정종섭·정유섭·최교일·추경호 의원 등 초선 14명이 지난해 11월 “계파주의를 청산하고 당 내부로부터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김성원 의원이 18일 의총에서 “그동안 초선들이 당 개혁이나 혁신에 침묵하고 뒤로 빠져 있던 점을 사과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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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8면_그래픽2_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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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달라질까. 한국당 초선은 비례 대표 17명을 포함해 총 42명이다. 이중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일했거나 장·차관, 기관장 등 관료 출신이 20명으로 절반에 달한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경우 16명 중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적은 의원은 윤한홍(경남 창원마산회원) 의원 1명뿐이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의 공천’ 결과다.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한 2012년 총선까지 감안하면 초·재선 74명(전체의 66%)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는 정치적 사안에 대한 투표 성향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6년 11월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특별검사법과 국정조사법안 표결에서 초선 42명 중 30명(71%)이 반대했다. 재선도 32명 20명(62.5%)이 부(否)표를 던졌다. 국정조사가 끝난 뒤인  2017년 1월 20일 보고서 채택을 위한 찬반 투표에선 초·재선 의원 74명 중 39명이 불참했고, 13명이 기권, 1명(추경호)이 반대했다. 53명(71%)이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국정조사 결과에 거리를 뒀다는 의미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은 비공개로 진행돼 정확한 표결 결과는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상당수가 소추에 반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국당 초·재선들이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질타에도 변화하지 않는 한국당’을 가능케 한 하부구조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한국당 초재선 의원들은 역대급 기회주의자”라며 “이정현 대표 때도, 홍준표 대표 때도, 아무 말도 안 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의 애완견인 듯했다”며 “정치에도 DNA라는 게 있다. 그게 달라질 순 없다. 적어도 이번에 들어온 초선들은 전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라고까지 말했다.

초선 모임을 주도하는 정종섭 의원을 향한 냉소적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정 의원은 친박이 아닌 사실상 진박(眞朴)으로 분류되는 분”이라며 “누가 누구더러 똑바로 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민봉(비례) 의원과 더불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초선 2인 중 한 명인 윤상직(부산 기장) 의원은 중앙SUNDAY와 만나 “우리 초선들이 각 분야에 전문가는 많지만 혁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인가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초선들이 정치적 행동가는 아니란 얘기다. 실제 28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초선 모임엔 42명 중 11명만 참석했다. 이날 예정됐던 재선 모임은 연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잘 참석하지 않는다. 자기 희생에 대해 먼저 얘기하는 의원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초·재선들이 이제서야 정치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또 그에 따른 효능감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원 의원은 28일 초선 모임에서 “지방선거 이후 초선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로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고 초선 의원들의 이야기가 무게감 있게 전달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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