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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해변쓰레기가 예술작품으로 … 제주 바다 살리는 ‘비치코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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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비치코밍’의 일환으로 열린 ‘바라던바다’ 축제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최충일 기자]

‘비치코밍’의 일환으로 열린 ‘바라던바다’ 축제 참가자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4일 제주 서부지역의 대표적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인 애월읍 해안도로. 검은색 화산암인 현무암 사이로 하얀 스티로폼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버려진 스티로폼 조각 사이사이로 중국어와 한자가 쓰인 페트병과 비닐봉지 등이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관광객 김이나(30·여·서울시 대현동)씨는 “제주 특유의 검은 현무암을 보고 싶어 해안도로를 찾았는데 곳곳에 쓰레기가 쌓인 모습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연간 2만t 발생 심각한 환경문제로 #정화활동 놀이 연결 시민참여 유도 #최근 열린 축제선 3000여 명 동참 #주워온 폐기물로 생활용품 등 제작

제주 동부권도 해안 쓰레기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중국과 동남아·러시아 등에서 밀려든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생활 쓰레기들이 해안에 쌓이면서 바닷가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 해양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2만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다른 나라나 국내 뭍에서 버려져 제주로 밀려든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등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제주 구좌읍 해안에서 수거해 분석한 쓰레기 2474개 중  플라스틱류가 47%(1168개), 어구용 스티로폼이 14%(355개)에 달했다. 페트병과 생활쓰레기 외에도 부표·밧줄 등 어업 관련 폐기물도 많다. 제주의 경우 2015년 1만4475t의 쓰레기를 수거한 데 이어 2016년 1만800t, 2017년 1만4062t을 치웠다.

제주도는 최근 수년째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곳곳에서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면이 바다인 제주 해안선이 253㎞에 달하는 데다 바다에 떠다니던 쓰레기가 해안으로 쉴 새 없이 밀려들고 있어서다.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염분을 함유한 해양쓰레기를 육지에 그대로 매립할 경우 2차 오염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제주도는 2014년 20억3400만원이었던 쓰레기 수거 예산을 2017년 61억100만원으로 3년 새 3배 가까이 늘렸다. 지난해 구성된 ‘청정 제주바다 지킴이’도 122명에서 올해 175명까지 늘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바다 쓰레기를 활용해 유리액자를 만드는 참가자들. [최충일 기자]

바다 쓰레기를 활용해 유리액자를 만드는 참가자들. [최충일 기자]

이런 상황에서 제주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비치코밍(beachcombing)’이 주목받고 있다. 제주 해변에 밀려드는 쓰레기를 활용해 예술적 놀이문화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비치코밍은 바다 위를 떠돌다 해안선과 조류를 따라 해변에 표류하게 된 물건을 줍는 행위를 뜻한다. 2012년 5월 제주한수풀 해녀학교에 다니던 김승환(38)씨 등 청춘남녀가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 대신 깡통이나 플라스틱 등을 주워 올라온 게 출발점이다. 당시 6명이 모여 시작한 비치코밍은 최근 3000여 명이 참여하는 비치코밍 축제로 발전했다.

지난달 26일 제주시 한림읍 금능으뜸원해변에서 열린 ‘바라던 바다’ 축제는 대표적인 ‘비치코밍’ 사례다. 제주 업사이클링 단체인 ‘재주도 좋아’ 주최로 열린 행사는 단순한 해안 정화 활동을 넘어 수거한 쓰레기를 쓸모 있는 물건으로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기념해 열린 축제에서는 해양 쓰레기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워크숍과 아트마켓 등이 큰 호응을 얻었다.

업사이클링 워크숍은 해안에서 직접 주운 쓰레기를 이용해 나무 물고기나 바다 생물, 들꽃화관, 바다유리 액자 등을 만드는 행사다. 참가자들은 입장료 대신 주최 측에서 나눠 준 쓰레기봉투에 해양 쓰레기를 가득 채움으로써 환경보존을 실천했다. 축제장 안팎에서는 천근성 작가 등이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 재질의 돌하르방 등 아트상품 전시·판매도 열렸다.

제주대 문일주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매년 늘어나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친환경적 재활용이 가능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운동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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