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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 위기와 기회의 격변기…창의적 인재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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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진행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막 탄생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하는가 하면, 혁신을 게을리한 기업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성 앞에 놓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가 혼재된 격변기를 맞게 된 것이다. 초연결·지능화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성이 돈’인 시대다. 얼마나 많은 창의적인 인재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이 결정된다.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인재 경영’에 나서는 배경이다.

기업들 ‘인재경영’ 박차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창의성이 돈” #인재 확보 위해 대학?대학원 공략 #회사에서 직접 직원 교육 나서기도

예비 인재 만나고 산학협력 교육도

LG그룹은 매년 계열사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해 국내 이공계 석·박사 과정 인재들을 만나는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 2월 열린 콘퍼런스에서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LG이노텍·LG화학·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은 370여명의 예비 인재를 만나 LG그룹의 연구·개발(R&D) 목표와 주요 기술 혁신 현황 등을 소개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의 원천은 ‘인재’란 생각으로 2012년 이후 매년 이 행사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할 인재를 발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미래 R&D 인재육성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하나는 대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우수 인재를 미리 선발해 장학금을 제공하고 현장 실무 교육을 진행하는 ‘연구장학생제도’다. 또 산학협력을 맺은 대학에서 자동차 전자제어 등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하는 ‘계약학과 제도’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장학생제도나 계약학과 제도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은 면접을 거쳐 R&D 연구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대상 회계·기술 교육

SK그룹의 반도체 제조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초 아예 기업 안에 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신입사원은 입사와 동시에 ‘SK하이닉스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 방식은 일반 대학과 비슷하다. 단과대학 과정과 함께 직무에 따라 만들어진 커리큘럼에 따라 학점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전문가를 양성하게 된다. 기술 담당 임원들은 이 대학의 교수가 될 수도 있다. 또 자신만의 업무 노하우를 가진 직원이라면 누구나 온라인 교육 콘텐트를 제작해 직원끼리 서로 교육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쿠키’도 도입했다.

LG그룹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에서 회사가 개발한 제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LG는 신입사원들의 제품 이해도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매년 이런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 LG그룹]

LG그룹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이천의 LG인화원에서 회사가 개발한 제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LG는 신입사원들의 제품 이해도와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매년 이런 교육을 진행한다. [사진 LG그룹]

GS그룹도 계열사별 특성에 맞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정유업체 GS칼텍스는 지난 2013년부터 모든 직원이 필수적으로 상품 생산 시스템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밸류 체인 이해 과정과 기초적인 회계 지식을 갖출 수 있는 재무 일반 과정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비전공자도 화학 공학과 회계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이 같은 과정은 국내 정유업계에선 첫 시도다. 해외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는 GS건설은 지난해 신입사원 64명 전원을 곧바로 해외 현장에 배치하기도 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이집트·터키 등지로 나가 현장 경험을 쌓게끔 하는 것이다. GS홈쇼핑도 해커톤(해커들의 마라톤 아이디어 회의)을 모방한 마라톤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직원들의 창의성을 고취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회사 포스코는 올해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필수 과정으로 개설된 이 교육은 송도·포항·광양 등지에서 2박 3일 동안의 합숙 과정으로 진행된다. 첫째 날은 사내·외 스마트 기술의 현주소, 둘째 날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 적용 사례를 배운다. 마지막 날에는 포스텍 교수진으로부터 머신러닝·딥러닝 등 인공지능 주요 기술에 대한 교육을 받고, 포스코 고유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을 실습하는 시간도 갖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기업으론 최초로 생산 현장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했다”며 “실무자들이 관련 기술을 활용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고, 기존 업무 방식을 새롭게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교육 통해 인재 생태계 조성

신세계그룹은 다른 기업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재 교육에 접근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공학이나 디지털 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다른 곳과 달리 이 회사는 인문학 교육에 방점을 맞췄다. 신세계는 지난 2014년부터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인 ‘지식 향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 프로그램에는 전국 38개 대학, 3만5000여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아우구스투스·나폴레옹·셰익스피어 등 역사 속 위인들을 테마로 청년 리더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 온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문·예술·패션을 통해 고객의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한다’는 기업 철학이 ‘지식 향연’ 프로그램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이를 통해 선발된 90여명의 ‘청년 영웅’들은 해외 인문학 기행 참가 기회와 장학금, 신세계 채용 시 특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라밸’ 고려해 근무여건·복지 개선

주요 기업들은 또 내달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에 맞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한 프로그램도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상급자 결재 없이 직원 본인이 휴가 계획서를 올려 스스로 승인하는 ‘휴가 신고제’를 지난 3월부터 도입했다. 구성원이 직접 휴가를 승인하면 소속 팀장과 팀원들에게 전달되는 형태다. CJ그룹은 생후 3개월 이내인 아이가 있는 임직원은 매일 2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이고,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자녀가 있는 임직원도 최대 1년간 매일 1시간씩의 단축 근무가 가능하게끔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임직원들이 회사 안에서도 건강을 챙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갖췄다. 연세 세브란스 병원과 연계해 사내에서 각종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가 공인 안마사로부터 안마를 받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거북목 증후군 등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은 사내에서 교정 치료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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