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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삼척 하루 7회 운행 버스회사 1회로 단축…목포 시내버스 11개 노선 감축

중앙일보

입력

근로시간 단축으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자 강원도가 버스기사 채용을 돕기 위해 직접 제작한 '버스잡고' 사이트

근로시간 단축으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자 강원도가 버스기사 채용을 돕기 위해 직접 제작한 '버스잡고' 사이트

피서철을 앞두고 동해안 관광객의 발인 시외버스 운행 횟수가 크게 줄어드는 근무시간 단축 파장이 현실화되고 있다.

A여객 4~5월 두 달 동안 기사 35명 퇴사 #전국 곳곳에서 노선 폐지, 단축 운행 속출

강원도 삼척과 서울을 하루 7차례 오가던 A여객은 지난달 23일부터 버스 운행을 하루 1차례로 줄였다. A여객 버스는 삼척에서 오전 10시27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오후 4시34분에 각각 한 차례만 출발한다.

해당 여객은 강릉과 동해, 삼척을 오가는 시외버스의 배차 간격도 기존 15분에서 20~25분으로 조정했다. 또 매일 오전 5시50분에 출발하던 강릉~속초 간 첫차 운행을 중단했고, 다음 달 1일부터는 오후 10시 막차도 없어진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목포 시내버스 11개 노선 감축, 1개 노선 폐지 

전남 목포시 시내버스도 감축 운행에 들어간다. 28일 목포시에 따르면 목포 시내버스의 경우 다음 달부터 11개 노선을 감축하고 1개 노선(해남 화원방면 119번)은 폐지하기로 했다.

목포시는 시내버스를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차하는 등 탄력배차제를 시행하고 운전기사를 추가 채용해 버스 운행 대수를 다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버스회사들이 운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건 운전기사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A여객의 경우 그동안 130명이 근무해왔는데 4~5월에만 35명이 퇴사했다.

강릉·삼척·속초에서 시내·시외 버스를 운행하는 B고속의 경우도 같은 기간 20여 명의 버스기사가 회사를 나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운행 횟수가 줄어 들고 있는 시내·시외버스.[중앙포토]

근로시간 단축으로 운행 횟수가 줄어 들고 있는 시내·시외버스.[중앙포토]

근로시간 단축되면 100만원 이상 월급 줄어

이들이 퇴사를 결정한 건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월급과 퇴직금 감소 때문이다. 올해 초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버스 업종은 다음 달 1일부터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주당 노동시간이 68시간으로 제한된다.

기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 100만원 이상의 급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퇴직금은 통상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퇴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여객 관계자는 “급여가 너무 많이 깎이다 보니 임금이 높은 버스회사로 옮겨가 새로 시작하거나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금 운행 중인 버스가 95대인데 남은 기사는 95명이다.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부득이하게 버스를 다 운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강원도 버스 기사 채용 정보 제공 ‘버스잡고’ 오픈

상황이 심각해지자 강원도는 버스 운전기사 모집을 지원하기 위해 채용 소식을 알리는 ‘버스잡고’(http://busjobgo.gwd.go.kr)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면 홍천의 B고속은 50명의 기사를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원주와 강릉, 횡성의 버스회사도 각 30명의 기사를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노선 수는 시내·농어촌 1057개, 시외 318개다. 5월 말 기준 버스 기사 수는 시내·농어촌 1092명, 시외 848명으로 총 1940명이다.

차량 수는 시내(565)·농어촌(199) 764대, 시외 705대 총 1469대로 버스 1대당 기사 1.32명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근로시간 단축으로 월급과 퇴직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버스기사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중앙포토]

서울처럼 2교대 하려면 버스기사 500명 더 필요

서울처럼 1일 2교대제를 하려면 버스 1대당 기사가 2명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단순 수치로 최소 500명가량을 새로 뽑아야 한다.

강원도는 우선 2억3000만원을 들여 ‘공공교통서비스 운수종사자 인력양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이달부터 버스 기사 60명을 양성 교육 중이다. 또 내년부터 2020년까지 20억원을 들여 400명을 추가로 양성할 방침이다.

최정집 강원도 경제진흥국장은 “이번 사업이 도내 운송업체의 인력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도민과 노동자, 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척=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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