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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연이은 보수적 판결, 이번엔 공공노조 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대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또 다시 보수적 판결을 내렸다. 이번엔 공공노조에 대해서다.

케네디 대법관 7월 은퇴하면 보수 색채 더 짙어질 듯

CNN 등 미 언론은 27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이 공공노조가 비조합원에 대해 노조 조합비를 강제 징수할 수 없도록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오른쪽)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지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오른쪽)

연방대법원은 이날, ‘단체교섭의 혜택이 비조합원에게도 돌아가므로 강제징수가 타당하다’는 공공노조의 주장이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주장에 찬성이 5명, 반대가 4명이었다. 앞서 일리노이주의 공무원 마크 제이너스는 이같은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공공노조 비조합원으로부터 조합비를 징수하는 일은 수정헌법 1조에 어긋난다”며 “헌법에 위배되는 강제징수가 지속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소수의견을 낸 진보 성향 판사 엘리나 케이건은 “수정헌법 1조는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여기에는 공공노조의 역할도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판결에 따라 앞으로 비조합원에게서 노조비를 걷지 못하게 되면 공공노조는 재정난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게 된다. 벌써 “수천만 달러가 감소할 것”(뉴욕타임스)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 또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 판결이 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금고에 큰 손실이 났다”며 비꼰 이유다.

대법원의 이런 판결은 전날 이란 등 이슬람권 5개국 국민에 대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이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한 데 이은 것이다. 역시 보수와 진보가 팽팽히 대립한 5대 4 구도였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낙태에 관해서도 보수적 의견을 낸 바 있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보수 성향이 심화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2016년 보수 성향 엔터닌 스캘리아 전 대법관이 사망하며 보수와 진보 성향 판사가 각각 4명씩 있던 대법원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을 지명하며 보수 구도로 돌아섰다. 때문에 최근의 판결들에 ‘고서치 효과’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는 7월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사진=위키피디아]

오는 7월 퇴임하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 [사진=위키피디아]

CNN은 그간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했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81)이 오는 7월 은퇴하면 이런 보수 색채가 더 짙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임명으로 대법관이 된 케네디는 온건 보수파임에도 동성결혼 합법화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소신에 따라 진보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은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고서치와 비슷한 성향의 대법관을 지명할 것으로 전망돼 대법원은 더욱 보수 우위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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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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