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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기업 성장하려면, 무심한 듯 충성하는 고양이 전략 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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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순화의 마켓 & 마케팅

푸마는 소비자와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활발한 투자를 한다. 사진은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푸마 소셜 클럽’. [사진 인터넷 캡처]

푸마는 소비자와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활발한 투자를 한다. 사진은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푸마 소셜 클럽’. [사진 인터넷 캡처]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고양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양이 바스테트가 동료 고양이들과 함께 테러와 쥐 떼의 습격으로 파괴된 도시에서 시민들을 구한다는 이야기다.

개는 눈앞 밥그릇 두고 싸우지만 #고양이는 경쟁자 어깨너머 바라봐 #장기 비전으로 전체 시장 봐야 성공

고양이는 최근 경영 서적에도 등장했다. 컬럼비아대 레오나드 셔먼 교수는 『개싸움 판에서는 고양이가 돼라(If You’re in a Dogfight, Become a Cat)』에서 개와 고양이의 습성을 비교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고양이형 전략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미국 경영전문지 인코퍼레이티드(Inc.)가 선정하는 ‘2017년 최고의 비즈니스 서적’에 포함되기도 했다.

호주의 와인업체 옐로우테일은 ‘캐주얼 와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사진 옐로우테일]

호주의 와인업체 옐로우테일은 ‘캐주얼 와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사진 옐로우테일]

개들은 싸울 때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으로 할퀴고 물어뜯는다. 유사한 기능의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서로 모방하는 전형적인 미투(me too) 전략이다. 셔먼 교수는 고양이 같은 기업으로 블루오션 창출 사례로도 잘 알려진 호주 와인업체 ‘옐로우 테일’을 들었다. 옐로우 테일이 미국에 진출할 당시 와인 소비층은 전체 음료 시장의 15%에 머물렀다. 경쟁자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옐로우 테일은 탄산음료나 맥주를 주로 마시는 85%의 비 고객(non customer)들을 바라봤다. 포도 품종과 산지, 와이너리 이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레이블을 단순화한 중저가 와인을 선보이자 ‘캐주얼 에브리데이 와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졌고,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고양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베르베르는 한 인터뷰에서 “고양이는 꿈을 꾸고 주변을 조용히 면밀하게 관찰한다”고 말했다. 셔먼 교수와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진다. 장기적인 비전을 품고 전체 시장을 살피며 신중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기업이 결국에는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의 스포츠 브랜드 푸마의 인도 진출은 고양이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사례로 꼽을 만하다. 푸마는 나이키보다 4년, 아디다스보다는 무려 11년이 늦은 2006년 인도 시장에 진입했다. 당시 선두 기업들이 기능성 스포츠용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었지만, 푸마는 그 뒤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합리적인 가격대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점포 수를 늘리며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선두업체와의 간격을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업계 1위 아디다스가 84억 루피의 매출을 올렸던 2012년 푸마의 매출이 52억 루피에 그치자 내부에서는 대대적인 가격 할인으로 빠른 추격을 시도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애초의 비전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패션과 감성을 추구하는 인도 젊은이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통 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달리 리한나, 카일리 제너 등 유명 연예인을 브랜드 전도사로 활용하고 스타일을 강조한 패션 라인을 출시하는 등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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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인디 밴드의 LP 음반을 제작하는 ‘푸마 러브스 바이널(Puma Loves Vinyl)’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매년 공연을 개최하는가 하면, 벵갈루루에는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푸마 소셜 클럽(Puma Social Club)’을 오픈했다. 2017년 푸마의 대표 상품인 스웨이드 스니커즈 탄생 50주년을 맞아 수십 명의 인도 그래피티 아티스트, 힙합 가수, 댄서들과 함께 만든 동영상 ‘스웨이드 걸리(Suede Gully)’는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푸마는 이런 전략으로 2014년 나이키, 아디다스를 제치고 인도 스포츠용품 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매출은 92.1억 루피로 아디다스의 89.9억 루피, 나이키의 73.8억 루피는 물론 베네통, 자라 등 글로벌 패션 기업의 매출을 웃돌았다. 또 운동화 판매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쟁 브랜드와 달리 신발 52%, 의류 38%, 액세서리 10%의 매출 구성(2014년 기준)을 이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면모를 제대로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도에서의 성공은 디자인과 스타일, 젊은이들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푸마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 맺은 결실의 일부다. 2017년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21.5% 증가해 경쟁 업체의 성장률과 큰 격차를 보였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푸마가 급부상하던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언더 아머(Under Armour)’를 따돌리는데도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흔히들 개는 서열을, 고양이는 영역을 두고 다툰다고 한다. 고양이라면 주인을 집사처럼 부리는 도도함도 빼놓을 수 없다. 시장 순위에 연연하며 고객의 환심을 사려 애쓰기보다 무심한 듯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는 주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하다. 에어비앤비, 달러세이브클럽 등 고객의 일상 속에서 숨겨진 불편함을 찾고 해답을 제시해 충성고객을 거느리게 된 기업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눈앞의 밥그릇에서 고개를 들어 경쟁자의 어깨너머를 바라보면 캐주얼 와인, 패션 스포츠 같은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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