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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수술‧VR 게임‧무인 자동차 운행…"5G로 뭘 할 수 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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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 2018’ 화웨이 전시관. 이 전시관 안쪽에선 로봇 팔이 피부 봉합 수술을 하고 있었다. 로봇팔과 5m쯤 떨어진 책상에 앉은 사람이 모니터를 보며 손 모양의 장비를 이용해 수술을 집도했다. 로봇팔은 망설임 없는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찢어진 흉터를 꿰맸다. 원격 수술 광경이다. 박성호 화웨이코리아 상무는 “원격 수술의 기본은 사람과 로봇이 지연 없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약간의 지연이 있는 4G 이전 환경에선 원격 수술이 어렵지만, 5G로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지연이 거의 없는 5G를 활용해 원격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왼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손 모양의 장비를 이용해 오른쪽 로봇팔을 조종, 찢어진 피부를 봉합하고 있다. 최현주 기자

저지연이 거의 없는 5G를 활용해 원격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왼쪽 책상에 앉은 사람이 손 모양의 장비를 이용해 오른쪽 로봇팔을 조종, 찢어진 피부를 봉합하고 있다. 최현주 기자

‘더 나은 미래를 발견하다’를 주제로 내건 이번 전시회의 꽃은 차세대 이동 통신 서비스인 5G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8이 5G 기술에 초점이 맞췄다면 이번 전시회는 5G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한 모양새다. 개막 기조연설을 맡은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5G로 여러 산업의 디지털화를 어떻게 이룰지, 소비자와 산업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화웨이는 내년 6월 5G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0여국 600여 개 정보통신(IT) 업체가 참여했지만, 주인공은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였다. ‘화웨이 행사’라는 세간의 말을 방증하듯 참가 업체 중 가장 큰 1100㎡(약 333평) 규모 전시관은 유독 방문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시관엔 로봇팔 외에도 상하이 디즈니랜드를 둘러볼 수 있는 클라우드 가상현실(VR) 장비, 무인 셔틀버스 등 체험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5G는 이전 이동통신 서비스보다 고용량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컨대 차 100대가 2차선 도로를 달리다가 6차선 도로를 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4G 대비 20배 빠른 초고속, 10배 많은 연결, 시간 지연은 10배 줄어든다. 5G로 상용화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무인 자동차 상용화에 꼭 필요한 저지연 문제가 해결된다. 통신 지연은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VR 상용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현재는 VR용 대용량 고화질 영상을 전송하기 위해 부피가 크고 값이 비싼 장비가 있어야 한다.

'MWC 상하이 2018'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사진 화웨이]

'MWC 상하이 2018'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에릭 쉬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사진 화웨이]

글로벌 IT업체가 5G에 집중하는 이유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인 AT&T, 스웨덴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 등의 최고 경영진이 전시회를 찾았다. 국내에선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개막일에 맞춰 방문했다.
이달 5G 주파수를 배당받은 국내 이동통신사는 5G 제공을 위한 장비가 필요하다. 늦어도 9월에는 장비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데 화웨이는 유력한 후보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5G 장비 수준이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본다. 기술 수준은 3~6개월, 가격은 20~30% 싸다는 평가다.

2009년부터 5G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화웨이는 기지국형, 가정형 비롯해 산간지역을 위한 전봇대형, 도심을 위한 스틱형 등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5G 장비와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피터 조우 화웨이 무선네트워크 최고 책임자는 “전 세계 11개 5G 연구개발(R&D)센터에서 3000명이 5G에 몰두하고 있다”며 “45개 글로벌 통신사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 5G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에서 화웨이 장비를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이미 4G LTE망을 구축할 때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다. 권 부회장은 “(5G 장비에서) 삼성전자나 노키아보다 화웨이가 제일 앞서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장비 업체 4곳(화웨이 포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고민이 크다. 화웨이가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이동 통신 3사는 화웨이를 포함한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등 주요 장비업체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상황이다. 입찰 대상 장비를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BMT)를 진행해 최종 선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의 관계, 보안 문제, 중국 장비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등 선뜻 화웨이의 장비를 도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성능이 더 좋고 값이 싸다면 기업 입장에서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황창규 KT 회장은 “화웨이의 5G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국가 간 경쟁 구도가 된 만큼 한국이 5G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전시관에 선보인 5G 커넥티드카 플랫폼. 최현주 기자

KT가 전시관에 선보인 5G 커넥티드카 플랫폼. 최현주 기자

국내 주요 IT업체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KT가 전시회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기술인 ‘아이소셀 플러스’을 새롭게 선보였다. 메탈 대신 후지필름의 신소재를 적용해 픽셀(이미지를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점) 간 간섭현상을 억제하면서 빛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카메라 감도는 최대 15% 향상되고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KT는 5G 공기질 측정기술(IoT  Air Map), 5G 커넥티드카 플랫폼(Drive IVI) 등을 선보였다. MWC상하이는 29일까지 진행되며 7만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상하이=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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