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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락 내리락 장세 … ‘ETF 투자’ 외국인만 선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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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상장지수펀드(ETF)를 골라 담기 까다로운 장세다. 이달 코스피지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첫 주에는 2470포인트까지 오르더니 며칠 새 2400선이 무너지고 2300선에 가까워졌다. 880선에 있던 코스닥지수도 820대로 미끄러졌다. 내려가는 중에도 ‘오르락내리락’ 변동 폭은 크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9일 1.52% 하락하더니 이튿날 또 1.02%가 올랐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희비가 엇갈리는 날도 적지 않다.

코스피 지수 추종 ETF 2%대 손실 #개인이 산 종목은 내리고 팔면 올라 #외국인, 지수 떨어지면 인버스 투자 #순매수한 1~3위 종목 모두 수익

변동성이 큰 하락장세에 투자자들은 어떤 종목을 담고 어떤 종목을 내려놨을까. 대신증권 자료를 바탕으로 이번 달 투자자별 ETF 순매수·순매도 상위 종목의 수익률(6월 1일~22일)을 분석했다. 수익률은 평균 매수가·매도가와 현재가를 비교했다. 개인 투자자가 순매도한 종목 상위 3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순매수한 종목 상위 3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내린다’는 개미의 징크스 그대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달 들어 개인 순매도 금액이 가장 큰 ETF 종목은 ‘KODEX 인버스’다. 평균 매도가는 6265원인데 현재가는 6395원으로 안 팔았으면 2.07% 수익이 났다. 순매도 2위인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3위 ‘KOSEF 미국달러선물’ 역시 매도가보다 각각 1.07%, 2% 올랐다. 반대로 순매수 상위 종목인 ‘KODEX 레버리지’ (-4.59%),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3.57%), ‘KODEX 200’ (-2.2%) 등은 평균 매수가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반면 외국인은 지수가 하락하면 역으로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를 장바구니에 담아 돈을 벌었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0.91%), ‘KODEX 인버스’(2.07%), ‘TIGER 코스닥 150선물인버스’(0.74%) 등 순매수 상위 3종목이 모두 평균 매수가보다 올랐다. 코스피 지수를 쫓아가는 ETF는 가격이 더 내리기 전에 순매도했다. 1213억원 어치 순매도한 ‘KODEX 200’은 그냥 보유했다면 2.29% 손실이 났다.

차이는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코스피 지수를 쫓아갔느냐 돌아섰느냐다. 코스피 200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은 이달 들어 2%대 손실이 발생했다. 같은 지수를 역으로 좇는 코스피200 인버스 ETF나, 코스닥150 지수선물 가격 변동률을 역으로 연동하는 코스닥150 인버스 상품은 반대로 사는 게 이득이었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 200 ETF의 부진에 지난해 10조원이 몰릴 정도로 뜨거웠던 관심도 지난 4월을 정점으로 한풀 꺾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ETF 시장 자산총액은 39조4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1조4000억원(3.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상승이든 하락이든 추세가 지속하는 국면이 아닐 경우 개인들이 장세에 대응하는 속도가 외국인보다 느리다”고 분석한다. 개인 투자자의 투기적 성향도 있다. 공원배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봄 코스닥150 지수가 하락할 때 기초지수가 똑같은데도 코스닥150 ETF는 팔면서 수익률이 2배인 레버리지 ETF 상품은 포지션이 확대됐다”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두 상품 다 확대해야 정상인데, 떨어졌으니 레버리지 상품으로 더 크게 이익을 얻겠다는 투기 심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개별 종목보다 인덱스를 쫓아가는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좋은 투자”라면서도 “당장은 주식형보다 배당을 많이 주는 리츠(REITs), 마스터합자회사(MLP) 펀드 등 가격 등락의 영향이 간접적인 상품을 매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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