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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자르는 가위, 무서워" 외국 관광객의 진짜 궁금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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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의 책과 사람] (16) 《My Seoul(마이 서울)》 백승우 하얏트 서울 상무

30년 경력 호텔리어 백승우 하얏트 서울 상무

고궁 같은 고급문화보다는…  
‘다음에 소주 한잔하자’는 말의 뜻
‘밤에 돌아다녀도 되는지’ 많이 물어

간단한 생활영어로는 불충분…
여성 관광객이 바라는 머리 모양 같은
설명 알아듣는 특화된 영어 필요

관광산업은 굴뚝 없는 수출 기지…  
에버랜드 같은 데 더 만들고
‘대장금’의 ‘소주방’이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

외국 관광객들 다시 올까…  
겉모습만 보고 가면 자주 안 와
곳곳에 숨은 스토리 알려주면 반드시 다시 와

서울에서 컨벤션 하고 싶어도 시설 태부족…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현대…
홍콩, 도쿄, 싱가포르, 프랑크푸르트 갈 수밖에

소위 ‘제4차 산업혁명’과 밀접한 첨단 산업 부문도 중요하지만, 관광이나 출판같이 이미 ‘검증된’ 기존 산업도 중요하다. 기존 산업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다. 또 관광∙출판 산업을 제4차 산업혁명과 묶는 게 절실하다.

2016년 방한 외국인이 1700만을 돌파했다. 그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곧 2000만 시대가 올 것이다.

‘방한 외국인들 궁금증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책이 의외로 없다’는 인식에서 《My Seoul: Hidden Gems(나의 서울: 숨겨진 보석들)》이라는 서울 가이드북이 기획됐다.

My Seoul

My Seoul

《My Seoul: Hidden Gems(나의 서울: 숨겨진 보석들)》, 백승우 지음, Canopus.

저자인 하얏트 서울 호텔의 백승우 상무가 직접 영문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백 상무는 하얏트 호텔 극동아시아 지역 재무담당 이사이기도 하다.

경력이 흥미로운 저자다. 30여년 동안 호텔리어 외길을 갔지만, 우연히 손에 들어온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다 사진작가가 됐다. 파리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전시회를 했다. (관련기사 “사진작가 백승우, 파리 샹젤리제 ‘갤러리 보아’ 개인 초대전…아시아인으론 최초”) 원래 회계가 전공인 백 상무는 박사 학위가 두 개다. (경영학, 경제학)

저자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들은 어떤 ‘거창한’ 것을 묻지 않는다. 그들은 한국의 고급문화 이전에 일반 문화에 대한 지식이 아쉽다. 이런 게 궁금하다. ‘한국 사람들은 헤어질 때 나중에 소주 한잔하자는 데 그게 무슨 뜻인가’ ‘식당에 들어가는데 왜 신발을 벗어야 하는 건가?’

외국인 관광객의 눈높이로 쓴 책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예컨대 김치에 대해 다 알고 온다. 김치 자르라고 가위를 준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무서운’ 일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야 한다. 저는 아무래도 호텔에 있다 보니까, 특히 점심시간에 호텔 직원들과 식사할 때 ‘오늘은 손님들이 무엇을 물었는지’에 대해 듣는다. 굉장히 어려운 것을 물을 것 같지만, 아니다.”

이 책은 페이스북에 2년간 연재한 내용을 묶은 것이다. 페이스북 콘텐츠가 책으로 재가공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실례다.

다음이 인터뷰 요지.

- 외국인들은 주로 어떤 것을 궁금해하는지.“웅장한 고궁이나 역사유물, 문화재, 전자제품 때문에 우리나라에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제가 호텔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며 투숙객의 질문과 관심사항을 들어보니 실제로는 좀 다르다.
바꿔서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럽이라든가 미국, 아시아 국가에 갔을 때, 문화 유적을 찾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특히 젊은이들은 어떤 재미있는 유흥거리, 맛집 같은 스폿을 많이 찾는다.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려면, 여러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에버랜드 같은 곳을 하나 더 만드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저는 조크처럼 말한다. ‘대장금’에 나오는 소주방(燒廚房, 대궐 안 음식을 만들던 곳) 같은 음식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 관광객을 끌 수 있다고 믿는다.”

-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관광자원의 경쟁력은?
“과거에는 아무래도 제약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진 상황이다. 드라마 등 한류 문화 콘텐츠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특히 서울은 굉장한 콘텐츠가 많은 곳이다. 관광은 굴뚝 없는 수출 기지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좋아할 것이다.”

- 이 책에 보면, 외국인들이 ‘때밀이 체험’ ‘영어가 되는 미장원’ 등에 관해 묻는다고 나온다.
“우리나라에 오는 상당수 관광객은 제가 정확한 수치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여성이 많다. 또 가족 단위다. 예컨대 도착 다음 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는 여성은,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미용실이다. 물론 영어가 안 통해도 미용실에서 손짓 발짓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여성 관광객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머리 스타일을 영어로 알려줄 수 있는 미용실이 필요하다. 근처에 영어가 되는 곳이 많지 않다. 간단한 생활영어로는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쉽지 않다.”

- 안전에 관해 묻는 이유는?
“우리나라 여성이 해외여행을 한다면, 아무리 괜찮은 나라, 도시라고 해도 부모 입장에서는 ‘거기 가면 괜찮으냐’라고 물어본다. 딸에게 ‘저녁때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 관광객도 안전이 궁금하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똑같다. 우리나라에 밤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묻는 게 ‘지금 밖에 나가도 되느냐’다.”

- 외국 방문객들은 한국에 다시 오고 싶어하는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한국에 와서 겉모습만 보고 가는 사람들은 자주 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 문화∙역사 곳곳에 숨어 있는 스토리∙비화를 알려주면, 그 사람들은 꼭 다시 온다. 거기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만 오는 게 아니라 한∙중∙일을 한꺼번에 보러 오는 경우도 많을 텐데.
“대체로 과거에는, 한국 하면 중국 옆에 있는 조그마한 나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한국이 그렇게 작은 나라가 아니다. 중국 옆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다. 한국에 와서 다양한 것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이 나라가 상당한 역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기도 한다.”

- 관광 지원 정책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호텔들도 사실은 다양한 제약, 잘못된 인식 때문에 새로 개발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도 경쟁 도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광 시설이 부족하다. IBM∙마이크로소프트∙애플∙삼성 같은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회의를 못 한다. 할 수 없이 홍콩, 도쿄, 싱가포르, LA, 프랑크푸르트에 가는 것이다.”

- 컨벤션 사업 발전을 위해 수십 년 전부터 계속 노력해 왔다.
“아직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서 컨벤션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삼성∙현대 같은 경우에도 전 세계에서 최소 몇만 명이 와야 한다. 몇만 명이라는 숫자는 별것이 아니다. 한 나라의 대리점 몇 개만 와도 그 정도 와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에 컨벤션 또는 각종 숙박시설이 돼 있을까. 사실 많아 보여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지 실제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 제4차 산업혁명 운운하지만 이미 검증된 호텔 산업을 키우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제4차 산업혁명과 관광산업을 연계하거나.
“그렇다. 제일 필요한 게 고용이다. 호텔 산업은 100% 고용 효과가 있다. 자동화라는 게 많지 않다. 요리를 대신할 수 없다. 직접 해야 한다. 서비스는 사람의 손이 들어간다. 고용 효과가 가장 크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책이 영어로 돼 있기 때문에 부담 가지실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길거리 지나가다 나올 수 있는 사진이다. 즐겨보시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제게 책에 나오는 e메일 주소로 알려주시면 좋겠다.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을 알리겠다.”

김환영 지식전문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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