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풍운아였다. 바람처럼 일어나 서산(西山)을 벌겋게 물들이더니 구름처럼 흩어졌다.
김종필 1926~2018 #5·16 이후 정치 43년 엇갈린 공과 #현충원 고사하고 아내 곁에 묻혀
JP가 지난 23일 오전 8시15분 노환으로 별세했다. 92세. JP는 서울 신당동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 순천향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JP는 지난 한 달 동안 노쇠현상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5일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27일, 장지는 충남 부여군 외산면의 가족묘다.
JP가 영면하기 사흘 전인 20일, 서울 신당동 자택 2층의 JP 침실엔 정적이 흘렀다. 그는 영양제 주사기를 꽂고 있었다. 1시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신체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고 있었다. 기자는 미리 준비해 놓았던 ‘김종필 부음 기사(오비추어리)’를 읽어 줬다. 가끔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깜박였다. 잘 듣고 있다는 의사 표시다. 작고한 부인 박영옥 여사에게 브라우닝 시로 프러포즈했다는 대목에서 김종필의 한쪽 눈가에 방울 하나가 맺혔다. 거목(巨木)과 마지막 만남의 키워드는 사랑이었다.
한 달 전엔 안 그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늘 그렇듯 쾌활했다. JP는 대뜸 나폴레옹 최후의 발언을 소개했다. “밤하늘의 유성…조세핀…불란서의 영광스러운 군대.” 나폴레옹의 불같던 열정과 낭만, 결의가 JP의 가슴에 살아 있었다.
“벌써 한 달째 내 입이 밥을 초청하질 않아”라는 유머도 여전했다.
전영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