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는 여백·관용의 미를 정치로 실현한 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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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회장(오른쪽)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24일 오전 고 김종필 전 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23일 오전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엔 24일에도 전·현직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충청권의 주요 인사들은 물론 JP와 정치 역정을 함께한 여야 원로들이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을 애도했다.

여야 원로들 줄잇는 조문 행렬 #반기문 “촌철살인 가르침 준 거목” #이회창 “고인 빼고 한국 정치 말 못해” #문 대통령 조문 여부는 결정 안 돼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하기로

이날 오전 빈소를 방문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JP는 정당의 이념·노선·철학을 상충과 대립이 아닌 보완 개념으로 이해하면서 여백의 미와 관용의 정신을 정치적으로 실현하신 분”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JP에 대해 “늘 촌철살인으로 국민들에게 가르침을 주신 정치계의 거목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며 “평화롭고 통일된 한반도를 보지 못하고 일찍 가신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애도했다.

한나라당 총재 시절 JP와 불편한 관계였던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조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을 빼고 한국 현대 정치사를 말할 수 없을 만큼 활동이 많으셨던 분”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JP와 한 내각에서 일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빈소를 찾아 “JP는 명암이 엇갈리지만 DJP 연합을 통해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족적을 남겼다. 최근까지도 찾아뵙고 많은 지도를 받았는데 참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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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말 없이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잰걸음으로 빠져나갔다. 다만 한국당 상황에 대해선 “내가 나가면 친박들이 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다. 과연 오르는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조문 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조국 근대화를 통해 우리나라를 잘살게 만든 분”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동시에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도 작별하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한동(운정회 회장)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홍구 전 국무총리, 신경식 전 헌정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정치권 원로들이 빈소를 찾았다. 조문객 중에는 JP의 처사촌 박지만 EG 회장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DJ의 차남 홍업씨 등도 있었다. JP의 정치적 직계인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유가족과 함께 장례 절차 등을 챙기고 조문객을 받는 등 사실상 상주 역할을 맡았다.

앞서 23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여야 지도부가 조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한국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셨고 전임 총리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 정부로서 소홀함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권교체라는 커다란 시대 책무를 하는 데 함께 동행해 주신 어르신으로서 늘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절체절명인 위기상황에서 JP가 보여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업적을 바탕으로 환골탈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JP가 살아계셨다면) 보수가 완전히 폐허가 된 이 상태에서 서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큰 목표를 향해 힘을 합치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JP에게 국민훈장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조문을 마친 뒤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돼 훈장 추서를 추진하고 있다. 무궁화대훈장은 규정상 국가원수를 제외하면 동맹국 국가원수로 제한되기 때문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문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낙연 총리는 “오실 것으로 본다”고 말했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 조문 일정을 잡을지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