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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대 정치인이 흉내내기 어려운 거인”…JP 빈소 정치권 조문 행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별세한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여ㆍ야, 보수ㆍ진보 진영을 막론한 정치권 인사들이 일제히 찾아 정계 거목의 영정 앞에 애도를 표했다.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회의장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회의장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7시 40분 빈소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JP를 총리 롤모델로 꼽기도 했던 그는 “JP는 후대 정치인이 도저히 흉내 내기 어려울 만큼의 거인”이라며 “한국 현대사의 오랜 주역이셨고 전임 총리이셨기 때문에 공적을 기려서 정부로서 소홀함 없게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까지 김 전 총리에 추서할 훈장을 논의해 바로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러시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조문 여부에 대해선 “대통령 동정을 총리가 함부로 말하는 것은 옳지 않으나, 제 견해론 오실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에 앞서 여ㆍ야 당 대표들도 각각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JP는) 우리나라 정치에 큰 족적을 남기신 어른”이라며 “정권교체라는 커다란 시대 책무를 하는 데 함께 동행해주신 어르신으로서 늘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큰 어른을 잃었다”며 “(한국당이) 절체절명인 위기상황에서 JP가 보여준 자유민주주의의 진정한 가치와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업적을 바탕으로 환골탈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주선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정치권이 어수선하고 힘들 때 큰 어른들이 좀 계셨으면 좋은 지혜도 얻고 충언을 들었을텐데 많이 아쉽다”고 했고, 같은 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JP가 살아계셨다면) 보수가 완전히 폐허가 된 이 상태에서 서로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큰 목표를 향해서 힘을 합치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JP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빈소가 채 마련되기도 전인 이날 오후 12시 33분 가장 먼저 달려와 빈소를 지켰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필 총리님의 정치문하생으로서 가슴이 먹먹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JP가 박정희ㆍ김대중 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한 것을 언급하며 “JP야말로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에 공히 공헌했던 유일한 정치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5일장으로 진행되는 장례 일정 내내 빈소를 지키며 조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장례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 빈소를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장례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원과 함께 ‘JP 키즈’로 불리는 정우택 한국당 의원도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구인 충북 청주에서 급히 상경했다. 별세 바로 전날에도 JP의 서울 청구동 자택을 찾았다는 그는 “어제(22일)만 해도 JP는 내 말에 눈을 끔벅이는 등 의식이 있었다”며 “그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JP의 업적을 기리는 모임 운정회(雲庭會) 회장인 이한동 전 국무총리도 이른 오후부터 유족들을 위로하며 빈소를 지켰다. 그는 “고인은 한국 현대사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큰 별”이라며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면을 김종필 총재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JP의 장녀 예리 여사의 손을 잡으며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빈소 한켠 의자에 앉아 이따금씩 눈을 감았다 뜨면서 회한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이밖에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한갑수 전 농림부 장관,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이태섭 전 과학기술처 장관, 김진봉ㆍ김용채ㆍ김종학ㆍ이긍규 전 의원 등 정치권 원로들도 빈소를 찾았다. 또 문희상ㆍ이주영ㆍ나경원ㆍ홍문표 등 현직 의원들의 발걸음도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은 “JP는 한 시대의 로맨티시스트와 휴머니스트의 정치 계보를 잇는 분”이라며 “우리 정계 후배들이 좀 더 옷깃을 여미고 그 분의 덕을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꾸려진 김 전 총리 장례위원회는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화장 뒤 고향인 충남 부여 선산의 가족묘에 안장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27일.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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