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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수리에 운동·성찰 지능 추가한 ‘다중지능 이론’ 각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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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02면

[SPECIAL REPORT] 흔들리는 IQ 시대 

IQ(Intelligence Quotient) 테스트는 1905년 처음 등장했다. 알프레드 비네 등 프랑스 심리학자들이 학교에서 별도의 지도가 필요한 정신지체아를 파악하려는 취지에서였다. 이후 1912년 독일 심리학자인 빌리암 슈테른이 점수를 매겨 일반 아이들의 지능을 측정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점수는 평균을 100으로 잡고 아이의 생활연령에 대한 정신연령의 비율로 산정했다. 15세 아이가 풀 수 있는 문제를 10세 아이가 풀었다면(15/10) 100을 곱해 IQ 150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미국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 때 징집 병사 선발 기준으로 IQ 테스트를 사용하면서 인간 지능을 측정하는 가장 보편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113년 전 개발한 측정 도구 IQ #21세기 정보화 시대 적용 무리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참고 안 해” #공감 능력 측정 EQ도 관심 커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IQ 테스트는 수리와 언어 능력만 집중적으로 검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류숙희 다중지능연구소 연구이사는 “산업화 사회에서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신속성과 효율성·정확성이란 능력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고 누가 결여돼 있느냐만 측정해도 충분했다”며 “그런 만큼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의 요구 수준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강점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숫자나 언어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인간 지능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가 1983년 주창한 다중지능 이론이 IQ 이론을 대체하는 정설로 떠올랐다. 가드너 교수는 인간 지능을 단일한 구조로 설명했던 IQ 등 기존 이론과는 달리 지능이 여러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제했다. 또한 수학과 언어 등 특정 영역의 지능이 뛰어나면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인다는 전통적인 견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다양한 지능의 영역은 상호 독립적인 만큼 한 분야에서 뛰어나더라도 그것이 다른 분야의 특출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가드너 교수는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인간의 지능을 8가지 영역으로 재분류했다. 언어와 논리수학지능 등 기존의 IQ 검사 영역 외에 신체운동지능·음악지능·공간지능·자연지능·자기성찰지능·인간친화지능을 추가했다. 류 이사는 “IQ 중심의 기존 지능이론이 획일화된 잣대를 적용하고 문화적 상대성을 간과했던 문제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성지수(EQ)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인간 관계가 한층 복잡해진 현대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타인과 공감할 줄 아는 감성적 능력이 수리·언어 등 개인의 지적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교육 전문가들도 유아기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감성교육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IQ가 인간의 지능을 단순히 하나의 수치로 단정 짓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인간의 복잡한 지적 능력을 숫자 하나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다. 이광형 KAIST 교수도 “단 하나의 지필검사로 인간 지능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점수 하나가 전체를 말해 준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실시되는 영재성 판별 검사도 최근 들어 지필검사 방식의 IQ 테스트로만 평가하는 데서 벗어나 심층면접과 수행평가를 병행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일선 학교에는 이미 숫자가 갖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적성검사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학생이 어떤 소질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다”며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일부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제외하곤 더 이상 IQ 지수를 참고자료로 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중지능 이론이 측정하는 8개 지능 영역

① 언어지능 : 말재주와 글솜씨로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
② 논리수학지능 : 숫자나 규칙 등을 잘 익히고 만들어내는 능력
③ 신체운동지능 : 춤·운동·연기 등을 쉽게 익히고 창조하는 능력
④ 음악지능 : 음과 박자를 쉽게 느끼고 창조하는 능력
⑤ 공간지능 : 도형·그림·지도 등을 구상하고 창조하는 능력
⑥ 자연지능 : 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
⑦ 자기성찰지능 : 자신의 심리와 정서를 파악하고 표출하는 능력
⑧ 인간친화지능 : 대인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능력
[자료 : 다중지능연구소]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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