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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풀고 덜 외웠더니 … 1975년 이후 세대에선 IQ 3~5 뚝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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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02면

[SPECIAL REPORT] 흔들리는 IQ 시대

올레 로게베르그

올레 로게베르그

올레 로게베르그 노르웨이 라그나르프리쉬 경제연구소(RFCER) 부소장은 인류의 평균 지능지수(IQ)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덤 앤드 더머(Dumb and Dumber)’로 비유했다. 점점 더 바보가 되는 걸 빗대 표현한 것이다. 그는 IQ 하락 현상이 환경 탓이란 사실을 담은 논문을 지난주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지난 18일 중앙SUNDAY가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로게베르그 노르웨이 RFCER 부소장 #2차 대전 이후 오르던 지능지수 #더 풍요로워지니 ‘역 플린효과’ #같은 형제 사이에도 지능 차이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 더 중요 #학습 시간 늘어나고 강도 높아 #한·중·일 등 동북아에선 상승 #IQ는 독해·연산·논리 위주 측정 #결정지능 하락도 관련 있는 듯

언제부터 IQ가 떨어지기 시작했나.
“많은 연구자가 살펴보니 1975년에 태어난 세대부터 IQ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90년대 중반 성인이 된 세대다.”
이전에는 어땠나.
“몇몇 전문가는 요즘 사람들이 19세기 사람들보다 바보스럽다고 말한다(웃음). 하지만 IQ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평균 IQ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세대 넘게 꾸준히 높아졌다. 이른바 플린효과(Flynn Effect)가 나타난 시대였다. 그런데 75년에 태어난 세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역(negative) 플린효과다.”
IQ가 얼마나 하락했을까.
“연구자마다 다르지만 한 세대마다 평균 7 정도 하락했다. 예를 들면 75~9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는 이전 40~75년에 태어난 세대보다 IQ가 평균적으로 7 정도 낮다는 얘기다. 내가 직접 분석한 결과에선 하락폭이 좀 다르게 나왔다.”
어느 정도나 됐나.
“노르웨이 사람 73만 명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91년생이 75년생보다 5 정도, 62년생보다는 3 정도 낮았다.”

영국 더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10년마다 영국인의 평균 IQ가 2.5~4.3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도 있다. 더타임스는 “그런 결과를 담은 연구 결과가 두 건”이라며 “하지만 많은 연구자가 이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최근 전했다.

IQ 5나 7 정도 떨어지면 얼마나 바보가 된 것인가.
“(웃으며) IQ가 얼마나 불완전한 지수인지는 잘 알려져 있다. 그 정도 하락했다고 지적 장애인이 됐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IQ 하락은 노르웨이나 영국 등 몇몇 나라의 일인가.
“영국과 덴마크·프랑스·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호주·미국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반면 기자가 사는 한국이 속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선 플린효과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왜 IQ가 서방세계에서 낮아지는지 궁금하다.
“원인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몇몇 전문가는 유전적인 요인을 주목했다. 지능이 낮은 사람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낳은 자녀가 적다 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평균 IQ가 낮아진다는 얘기다.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다. 그래서 나는 한 가정 내에서 다른 시기에 태어난 형제들의 IQ를 조사했다. 형제들은 부모의 유전적 특징이 같은데도 IQ가 서로 달랐다. 이는 플린효과와 마찬가지로 환경적인 요인 탓이다. 형제들이 태어난 시기가 달라 서로 다른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지능 전문가들에 따르면 IQ가 2차 대전 이후 꾸준히 오른 배경엔 ▶교육 방법의 개선 ▶한결 좋아진 영양 상태 ▶전깃불 등 인공조명의 보급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동북아 지역에선 IQ가 오르고 있다고 했는데 이유가 뭘까.
“한국·중국 등의 IQ는 여전히 오르고 있다. 서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학습 시간이 늘어나고 강도가 높아진 탓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동북아 지역의 교육 열기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 않는가.”
다른 요인은 없을까.
“질병 감소도 IQ 상승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있다. 영양과 보건 수준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청소년들이 생계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신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북아 지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70년대 이후 IQ도 높아졌다.”
서방의 IQ 하락과 관련해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고 들었다.
“유전적인 요인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머리 나쁜 부모가 머리 좋은 부모보다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내가 살펴보니 IQ가 높은 부모가 그렇지 않은 부모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았다. 오랜 기간 유지된 편견이 적어도 노르웨이에선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환경적인 요인이 서방의 IQ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는가.
“7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어린 시절 즐겁게 노는 데 치중한다. 부모나 학교가 아이들에게 더 많이 읽히고 수학 문제를 더 많이 풀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덜 읽고 수학 문제를 덜 풀면 IQ는 낮아지기 십상이다.”
왜 그런가.
“IQ 검사 구조를 봐라. 첫 번째 파트가 글 읽는 능력을 바탕으로 한 테스트다. 많이 읽은 사람이 높게 나온다. 두 번째 파트는 수리 연산이다. 수학 문제를 더 많이 접해본 사람이 높게 나온다. 세 번째가 논리 퍼즐이다. 테스트의 3분의 2가 전문가들이 말하는 결정(고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과 아주 밀접하다.”

결정지능은 학습이나 경험으로 얻어진 것이다. 전통적인 교육을 통해 강화된다. 또 다른 부분은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다. 이는 문제 해결 능력에 가깝다. 이론을 사례에 적용하거나 반대로 사례에서 이론을 추출해내는 능력이다.

유동지능 vs 결정지능

유동지능 vs 결정지능

IQ 하락이 결정지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아직 분명치 않다. 만약 IQ 하락이 결정지능의 감소 때문이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내가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결정지능이 80년대 이후 정체 또는 하락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는 하다.”
왜 그럴까.
“정보화 시대 많은 지식을 머리에 담아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많은 지식을 단순히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컴퓨터 저장장치보다 못하다. 대신 늘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IQ 테스트가 정보화 시대 덜 중요한 결정지능을 주로 측정하는 것이라면 쓸모없지 않은가.
“내가 IQ 테스트 설계자가 아니라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순 없다. 다만 전통적인 IQ 테스트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측정하는 데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 기존 IQ 테스트가 더 부적절해지지 않을까.
“의미심장한 얘기다.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 연구 분야가 아니다. AI 시대 인간의 능력 가운데 어떤 능력이 중요할지는 아직도 논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잘 알지 못한 분야를 추정하기는 어렵다.”

◆플린효과

IQ가 상당한 기간 동안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오른 현상. 뉴질랜드 오타고대 제임스 플린(계량심리학) 교수가 처음 제기했다. 실제 서방 연구자들의 분석 결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IQ가 10년마다 거의 2~3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차 대전 이후 서방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깃불 등 인공조명이 널리 보급됐다. 또 보건위생 상태가 개선됐다. 그 여파로 젊은 세대의 학습 시간이 늘고 강도가 높아진 게 주요인으로 봤다. 플린효과는 2014년까지 정설로 인정됐지만 이후 IQ 하락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정설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올레 로게베르그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소득과 교육 등 환경적인 요인이 IQ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그의 최근 논문 ‘플린효과와 그의 반대 현상은 모두 환경 요인 탓(Flynn effect and its reversal are both environmentally caused)’은 미국과 유럽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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