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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심해 더 이상 집에서 돌보기 어렵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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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한세의 노인복지 이야기(16)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 약 10%인 70만 명이 치매 환자라고 한다. 80세 이상 노인은 4명 중 1명, 85세 이상은 2.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고 하니 치매가 흔한 병인 세상이다. 그러나 치매는 암보다 더 무섭다고 할 만큼 본인과 가족이 겪는 고통이 생각보다 크다.

2017년 대한민국 치매현황. [자료 2017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 제작 현예슬]

2017년 대한민국 치매현황. [자료 2017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 제작 현예슬]

집에서 온전히 치매 부모를 모실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절한 시설을 알아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치매 관련 시설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치매 환자라도 치매의 진행 정도와 신체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시설은 다를 수 있다. 환자에게 맞지 않는 시설을 선택하면 불편함이 크고, 무엇보다 시설 측에서 환자관리를 할 수 없다며 퇴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오래도록 알고 지낸 후배가 바로 그러한 경우다. 후배의 아버지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해 근력도 좋고 힘도 젊은 사람 못지않았다. 그러던 중 70대 초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고 여기저기 배회하는 중증 배회성 치매가 왔다. 배회하는 후배의 아버지가 자신의 팔을 잡는 어머니를 뿌리치는데, 완력이 얼마나 강한지 어머니가 뒤로 넘어질 정도였다. 70대 초반인 어머니가 아버지를 돌보다 골절과 같은 부상을 입을 수 있어 후배의 근심이 컸다.

치매·건강상태에 따라 시설 골라야

후배는 형제들과 상의 끝에 아버지를 주·야간보호센터에 등원시키려고 등록했다. 그러나 배회가 심하고 완력이 너무 좋다 보니 센터의 여성 요양보호사들이 아버지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결국 며칠 다녀보지도 못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집 주변에 위치한 시설 등을 많이 찾아다녔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결국 필자가 소개해준 지방의 치매 전문 요양병원에 가 잘 지내고 있다.

이렇듯 같은 치매 환자라도 치매 상태와 신체건강상태에 따라 적합한 시설을 잘 선택해야 한다. 전국에 치매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시설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 수도 수천 개가 넘어 모든 시설을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각 시설의 특성 및 장단점과 환자의 상황을 검토해 본인에게 맞는 시설의 종류를 먼저 파악하면 한결 선택의 폭을 줄일 수 있다.

치매도 경증, 중증, 착한 치매, 나쁜 치매 등 정도의 차이가 있다. 또 치매 이외에 신체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음 표와 같이 치매 환자를 4가지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서 신체건강은 치매 이외에 특별히 다른 심신장애가 없다는 뜻이다. 신체 쇠약은 치매뿐만 아니라 의료적 처치가 필요하거나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을 받을 정도로 신체적으로도 돌봄이 필요함을 말한다.

치매 및 건강상태에 따른 4가지 타입과 권장 시설. [제작 현예슬]

치매 및 건강상태에 따른 4가지 타입과 권장 시설. [제작 현예슬]

타입 A: 경증치매 신체건강
타입 A와 같이 치매가 있지만 신체가 건강한 경우 요양원 입소가 안 된다. 요양병원에 입원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환자가 중증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분이 많다. 약간의 치매는 있지만 신체가 건강한 어르신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중증 심신장애가 있는 사람들 속에서 매일 생활한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타입에 해당하는 어르신은 주·야간보호센터나 실버타운이 적합할 수 있다. 한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치매 등급을 받으면 주·야간보호센터에 등록이 가능하지만 실버타운은 오히려 입소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실버타운은 원칙적으로 심신이 건강한 어르신만 입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야간보호센터를 함께 운영하거나,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경증 치매 환자를 받아주는 실버타운도 있으니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시니어스 가양타워, 유당마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타입 B: 경증치매 신체쇠약
와상(침대에 누워서 지낸다는 뜻) 환자 중 정신이 맑고 또렷한 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장기요양시설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요양원 입소가 바람직하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라면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요양원 중에는 A등급을 받은 곳을 위주로 알아보되 공공기관이나 천주교 같은 종교단체에서 수녀님이 시설장으로 있는 요양원이 평판이 좋은 편이다.

와상 환자 중 정신이 맑고 또렷한 분들은 장기요양시설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요양원 입소가 바람직하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라면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중앙포토]

와상 환자 중 정신이 맑고 또렷한 분들은 장기요양시설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요양원 입소가 바람직하다.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경우라면 요양원이 아닌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중앙포토]

타입 C: 중증치매 신체건강
타입 C가 집에서 가장 돌보기 어려운 경우다. 중증 치매 중 배회성 혹은 폭력성이 있고 완력이 세면 더욱 그러하다. 잠시 한눈을 팔면 치매 어르신이 집 밖으로 멀리 갈 수도 있고, 힘도 세서 식구들을 완력으로 뿌리치고 험한 일을 벌여놓기도 한다.

치매가 있다고 해도 신체가 건강하면 장기요양등급 1~2등급을 받기 어려워 일반 요양원 입소가 제한된다. 따라서 장기요양등급에 상관없이 입소가 가능한 사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시설 입원이 마땅치 않으면 ‘치매 전담 데이케어센터’를 알아볼 수도 있다. 치매 전담 데이케어센터는 전국적으로 18개 정도에 불과해 많지 않지만, 향후 2022년까지 184개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타입 D: 중증치매 신체쇠약
타입 D는 몸도 마음도 모두 쇠약한 분에 해당한다. 80세 이상의 와상환자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타입 D가 오히려 체력이 좋은 타입 C 어르신보다 적합한 시설을 찾기가 수월한 편이다. 특별히 의료적 처치가 필요치 않으면 요양원이 적합하다.

치매 환자에게 끝까지 남는 것은 기억이 아닌 감성이라고 한다. 일반인처럼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 뿐 희로애락을 느낀다는 것이다. 중증 치매 어르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아도 섬세한 사랑과 보살핌을 담은 말과 행동으로 대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한세 스파이어리서치&컨설팅 대표 justin.lee@spire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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