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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칭해 옛 동료들에게 채용 사기치다 덜미

중앙일보

입력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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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산하 허위기관 공무원을 사칭해 이직을 원하는 옛 회사동료와 지인들의 돈을 뜯는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국토부 산하 허위기관 본부장을 사칭해 채용사기를 벌여 2016년 5월부터 약 1년 6개월동안 13회에 걸쳐 1억4000만원을 가로챈 홍모(51)씨를 사기와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전직 보험사 직원인 홍씨는 지난 2016년 옛 회사 동료들과 지인들 앞에 '국토교통부 보험진흥원 본부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들고 나타났다. 보험진흥원은 홍씨가 지어낸 허위기관이다.

경찰에 따르면 홍씨는 지인들에게 "과천에 있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보험진흥원의 본부장이 됐다"며 "로비 명목의 돈을 주면 별정직 공무원으로 채용시켜 주겠다"고 속였다. 평소 홍씨를 알고 지내던 이들의 나이는 30~50대로 자영업을 하거나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매력을 느꼈고 홍씨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홍씨는 피해자들에게 적게는 570만원부터 많게는 5000만원을 가로챘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의 "국토교통부 산하 보험진흥원 부장으로 인사발령한다"는 공문을 건네기도 했다. 이 공문은 홍씨가 국토교통부와 동일한 양식으로 집에서 PC로 위조한 문서였다.

경찰 조사 결과 홍씨는 피해자 6명 중 2명을 데리고 일본에서 열리는 전국자동차사업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홍씨가 세미나에 초청받았다며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대변인이라며 연단에 올라 연설까지 했다"며 "해당 세미나는 일부 언론에도 보도되고, 실제 국회의원들이 참석하기도 해 피해자들은 의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자 피해자들은 발령이 나지 않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사기를 눈치챈 이들 일부는 홍씨와의 옛 정을 생각해서 신고를 꺼리기도 했다. 경찰은 홍씨의 채용 사기 행각에 관한 첩보를 입수해 조사를 벌였고 홍씨의 사기는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 등 채용시험은 공개채용으로 진행된다"며 "공무원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할 경우 속지 말고 경찰에 신고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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