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가 국내에 하나뿐인 특수치료 전문대학원 폐지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학생들은 학교본부와 총장실을 사흘째 점거하는 등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여대 특수치료 전문대학원(이하 특전대) 폐지 결정 백지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달 15일 공문을 통해 “2019년부터 (특전대)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며 폐지 방침을 통보해왔다.
서울여대 “2019년부터 신입생 모집 중단” #반대 학생 150여명, 총장실 등 사흘째 점거 시위 #학생들 “폐지 논의 백지화할 때까지 시위 계속”
서울여대 특전대는 지난 2001년 개원 이후 매년 심리치료 관련 석·박사 등 전문 인력을 배출해 온 국내 유일의 특수치료 전문대학원이다. 현재 총 정원은 46명(석사 40명·박사 6명)으로 표현예술치료학과와 심리치료학과 2개 학과로 구성돼 있다. 지난 14일에도 2018년 후기 신입생(석사 38명, 박사 6명) 합격 발표를 마치는 등 정상 운영돼 왔다.
논란은 지난달 서울여대 측이 올해 은퇴를 앞둔 특전대 교수진을 충원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학교 측은 재정적인 이유로 소규모의 전문대학원을 운영하기에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서울여대 기획처는 “최근 10년간 사립대 등록금 동결의 여파로 대학의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며 “전문대학원은 독립적으로 전담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할 것으로 전망되는 2028년까지 현행대로 유지하되,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고 단계적으로 대학원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특전대 교수들은 지난달 10일 학교 측에 ‘한시적 폐지 유보’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교수들은 지난 15일 폐지 소식을 재학생 및 졸업생에게 알리기로 결정했다.
하루아침에 특전대 폐지 소식을 접한 재학생과 졸업생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등 곧바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비대위 측은 성명을 통해 “특전대 폐지 통보는 학교의 주체인 학생들과 전혀 논의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며 “학교는 폐지 논의를 백지화하고 학생들에게 폐지 관련 모든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전혜정 총장 등은 18일 대학원 전임교수 4명·학생대표 3명과 함께 면담을 진행하고 학생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폐지 계획을 철회하라는 비대위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여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논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 회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특전대 재학생과 졸업생 150여명은 지난 18일부터 사흘 동안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반대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비대위 측은 21일 오후 학교 측으로부터 학생 대표와 전임 교수가 참석하는 2차 면담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교 측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폐지결정 과정에 관련된 모든 자료 공개와 폐지 철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특전대 폐지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여대는 지난해 12월에도 학과 통폐합을 포함한 학사구조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가 반발을 겪었다. 당시 학교 측은 학생들이 행정관 점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