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치매·중풍 환자가 없는 집이 없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시기도 하고, 그렇지 않고 집에서 끌어안고 있기도 하다. 고령화의 거대한 쓰나미, 각종 유전질환의 증가 같은 사회 변화로 인해 가정 돌봄 환자 100만 명 시대가 됐다. 배우자·자녀 등의 가족이 환자의 수족 노릇을 하고 있다.
소득 상실, 의료비, 건강 악화 3중고 #긴 병에 기초수급자·차상위로 추락 #방문요양 시간, 가정의료 건보 늘려야
100만 명의 뒤에는 돌봄 노동을 하는 가족의 피눈물이 흐른다. 대소변 받아내고 밥 떠먹이고 씻기고 체위 변경하고…. 하나같이 중노동이다. 100세 경증 치매 아버지와 94세 거동 불능 어머니를 18년째 모시는 76세 아들에게 소원이 있다. 큰 것도 아니다. 주말에 교회 가는 것, 복지관 가서 운동하는 것이다. 부모 돌봄에 구멍 날까 봐 무릎 수술도 안 한단다.
전신마비 남편을 24년째 돌보는 72세 아내는 시장 가는 일 말고는 밖에 나갈 수 없다. 치과에도 못 간다. 인천 연수구의 희귀병 부모는 “연수구를 벗어나 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돌쟁이 뇌병변 아이를 둔 엄마는 하루 서너 시간 자고 버틴다. 이들은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라고 하소연한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가족애 때문이다. 이들의 대가 없는 사랑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환자는 20가구 중 한 가구꼴이다. 환자 수는 베이비부머 맏형인 1955년생이 70세가 되는 2025년이면 급증할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해주는 것은 매우 얄팍하다. 하루 3~4시간 요양보호사를 보내는 것, 건강보험 재정의 0.22%를 쓰는 것이 전부다. 이것도 못 받는 집안이 수두룩하다.
같은 1급 환자가 요양원에 가면 월 198만원을 지원하지만 집에 있으면 140만원밖에 안 된다. 가정 환자는 간호·목욕 등의 서비스가 거의 없다. 인공호흡기의 부속품인 산소 측정기도 병원에서는 보험이 되지만 집에서는 안 된다. 이게 150만~200만원 한다. 요양원이나 병원행을 부추긴다.
돌봄 가족은 소득 상실, 비용 부담, 건강 악화라는 3중고에 시달린다. 중풍 걸리면 8%가 기초수급자로 전락하고 30%가 계층이 추락하는 나라다. 한 해 복지에 150조원 넘게 쓰는데, 아직도 적금 깨고 집 파는 가정이 있는 게 불편한 현실이다.
유전병을 앓는 두살배기의 엄마는 “문재인 케어 한다고 MRI 보험 적용하는 게 그리 중요한가요. 우리 같은 사각지대 가정은 표가 안 되나요. 화가 납니다”고 말한다. 장기요양보험 시간과 서비스를 대폭 늘려야 한다. 병원·보건소·건보공단으로 쪼개진 가정간호를 통합하고, 가족휴가제를 치매 외 다른 질병으로 확대해야 한다.
일본 아베 총리는 2015년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 중 하나에 사회보장 중 ‘간병 휴직 제로’를 내세웠다. 한국의 지도자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다. 지난해, 올해 한국에서 ‘간병 살인’이 14건 발생했다. 100만 명은 간병 휴직 상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무상체육복·무상가방까지 나왔다. 복지에 쓸 돈이 없는 게 아니다. 제대로 쓰지 않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