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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탑의 맏형’ 익산 미륵사지석탑 20년 보수 마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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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0년에 걸친 수리를 마치고 20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진 문화재청]

20년에 걸친 수리를 마치고 20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사진 문화재청]

국내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639년 조성)이 20년에 걸친 수리를 마치고 마침내 그 위용을 드러냈다.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기간 체계적인 수리를 진행한 사례로, 국제 기준에 따라 학술조사와 해체·수리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돌조각 2800개 일일이 해체·조립 #국내 최장 문화재 수리 기록 세워 #내달 일반 공개, 연말에 덧집 철거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는 20일 익산 미륵사지 현장에서 지난 20년간의 작업 끝에 최근 수리를 마친 미륵사지 석탑의 모습과 조사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구조 안전진단을 한 결과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1999년 문화재위원회에서 해체·수리하기로 결정됐다. 이후 2001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석탑의 본격적인 해체조사와 함께 학술·기술 조사연구, 구조보강 등을 해왔다. 석탑 보수·정비에는 총 230억원(국비 161억원, 지방비 69억원)이 투입됐다.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 붕괴된 부분은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콘크리트로 땜질한 상태였다.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 붕괴된 부분은 1915년 조선총독부에서 콘크리트로 땜질한 상태였다.

미륵사지 석탑은 애초 9층(높이 25m)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추정에 의한 무리한 복원을 지양하고 원래 남아 있었던 6층(14.5m)까지만 수리했다. 탑을 어떤 상태로 보수 복원할 것인가를 두고 학계에서는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부분 복원키로 결정했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7층 위로는 탑 재료가 하나도 남지 않은 데다 새 부재를 올리면 아래 옛 부재들이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6층까지 축조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 이후 석탑은 6층 일부까지만 남아있었는데 1915년 일본인들이 붕괴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보강해 놓은 상태였다. 해체 당시 나온 콘크리트는 185t에 달했다.

이번 보수는 옛 부재와 새 부재 비율은 각각 65%, 35% 정도로 본래의 재료를 최대한 재사용하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익산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 시대에 창건돼 조선 시대까지 유지된 사찰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미륵사에 있었던 3개의 탑 중 서쪽 영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석재 2800여 개를 목탑처럼 짜 맞춘 형태로. 백제 목조건축의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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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9년 1월 석탑 해체조사 과정 중 1층 내부의 첫 번째 심주석에서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가 발견돼 미륵사 건립 시기(639년) 등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석탑은 오는 12월까지 주변 정비를 완료하고 내년 3월에 수리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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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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