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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영웅들의 마이크 전쟁, 이영표의 KBS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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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002 한·일 월드컵 4강 영웅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지상파 방송 3사 해설자로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성(SBS)·이영표(KBS)·안정환(MBC) 해설위원. [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영웅들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지상파 방송 3사 해설자로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성(SBS)·이영표(KBS)·안정환(MBC) 해설위원. [연합뉴스]

월드컵 장외 경쟁의 승자는 KBS였다. 이영표 해설위원을 앞세운 KBS가 한국-스웨덴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스웨덴전 시청률 K-S-M 순 #2049시청률은 박지성의 SBS 1위 #안정환 호평받는데도 MBC는 고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는 18일 열린 한국과 스웨덴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시청률 합계는 40.9%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경기는 공중파 3사에서 동시에 방송됐다. 이영표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가 중계한 KBS 2TV가 17%로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박지성 위원·배성재 캐스터 조합의 SBS가 12.5%로 뒤를 이었다. 안정환·서형욱 위원·김정근 아나운서가 중계한 MBC가 11.4%로 가장 낮았다. KBS는 또다른 조사기관인 TNMS의 집계에서도 22.3%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번 월드컵 메인 해설위원 3명은 모두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멤버여서 그들의 입담 대결도 주목을 끌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이영표 해설위원의 장점은 냉철함과 안정감이다. 당시 이 위원은 주요 경기 결과는 물론, 득점이 나올 타이밍까지 정확히 짚어 ‘인간 문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기간 족집게 예측으로 화제를 낳은 ‘예언가 문어’ 파울에 빗댄 별명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예언은 적중했다.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란을 주목했으면 좋겠다”는 이영표 위원의 말대로 이란은 모로코를 1-0으로 꺾고, 아시아 팀 중 가장 먼저 승리를 거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박지성 해설위원도 개막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은퇴 이후 행정가로서 지내온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중계를 맡았다. 박지성은 멕시코-독일전에서 자신이 함께 뛰었거나 겨뤄봤던 상대 선수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들어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박지성 위원은 러시아 월드컵 중계를 앞두고 중계 모니터에 ‘어떤 X’라는 메모지를 붙여놨다. 자주 쓰는 말버릇인 ‘어떤’을 쓰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 때문에’란 표현도 자제하고 있다. 대회 초반엔 교과서적인 중계를 한다는 평도 있었지만, 점점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축구 팬들도 SBS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스웨덴전 2049 타깃시청률에서는 10.4%로 MBC(10%)와 KBS(7.4%)를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매니어 축구 팬들이 주로 시청한 독일-멕시코전에서도 6.6%로 각각 3.5%와 2.2%에 그친 MBC와 KBS를 제쳤다.

MBC는 안정환 위원과 서형욱 위원이 동반 투입됐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안정환 위원은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에서 데니스 체리셰프가 수비수를 제치는 동작을 보고 “나도 선수 시절 접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가 종이학 접겠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볍고, 재미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공중파 3사가 지불한 중계권료 총액은 12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브라질 월드컵보다 30%가량 오른 금액이다. 러시아 월드컵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볼 수 없다. 공중파 3사와 포털사이트의 재판매 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한국-알제리전은 100만 명 가까운 축구 팬들이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계를 시청했다. 그러나 러시아 월드컵에선 방송사가 제공하는 하이라이트 비디오만 포털을 통해 서비스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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