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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들인 사람은 모두 의문사 했다는 오키나와 '귀신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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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종화의 모터사이클 이야기(10)

오키나와 투어의 셋째 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영식 씨가 바이크를 타지 않고 자동차를 끌고 왔다. 드론 영상촬영을 위해서다. 날씨예보에서는 화창하다고 했지만 워낙 바닷가 날씨라는 것이 변덕이 심해 촬영지에 도착해봐야 알 수 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한다고는 했는데 챙길 장비가 많아 조금 늦게 출발했다. 닌자 250으로 바이크를 바꿨더니 카울(모터사이클의 외장 플라스틱 부품) 위치가 애매해 카메라를 고정하기도 힘들고 허리도 아프다. 레플리카(경주용 바이크를 모방한 바이크)를 표방하는 바이크라서 허리를 숙이고 주행해야 한다. 코너링에서는 용이하지만 여행용으로는 역시 네이키드(전면 방풍 카울이 없고 엔진이 외부로 드러나는 형태의 바이크)가 편하다.

아직 2000km 정도 달린 바이크라 엔진 압축비도 짱짱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아직 단물 빠지지 않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역시 전통적인 가와사키의 엔진 잡소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또 닌자 250은 일본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인도 생산이라서 그런 걸까? 엔진 잡 진동도 만만치 않게 올라온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아메리칸 빌리지’

점심을 먹기 위해 관광객이 반드시 찾는다는 ‘아메리칸 빌리지’라는 곳에 들렀다. 이곳은 원래 미군의 비행장시설이었는데 1981년에 일본에 반환돼 1990년대 후반에 관광지가 됐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365일 크리스마스 같은 분위기의 테마공원이다. 아메리칸 빌리지는 야경이 아주 멋지다 하니 낮보다는 밤에 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점심으로 빌리지 안에서 카레를 시켜먹었다. 영식 씨는 카레를 먹으며 ‘귀신의 섬’ 이야기를 해줬다. 순간 귀가 솔깃했다.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귀신의 섬으로 달렸다.

사진 속 커피숍이 동양 최초의 프렌차이즈 커피숍이라고 한다. [사진 현종화]

사진 속 커피숍이 동양 최초의 프렌차이즈 커피숍이라고 한다. [사진 현종화]

역시 여행 촬영용은 네이키드가 좋다. 전륜 서스펜션 이상으로 교체한 가와사키 닌자 250으로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했다. [사진 현종화]

역시 여행 촬영용은 네이키드가 좋다. 전륜 서스펜션 이상으로 교체한 가와사키 닌자 250으로 아메리칸 빌리지에 도착했다. [사진 현종화]

점심을 먹은 카레식당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이다. 카레의 맛은 그냥저냥 그랬다. [사진 현종화]

점심을 먹은 카레식당에서 바라본 바닷가 풍경이다. 카레의 맛은 그냥저냥 그랬다. [사진 현종화]

영식 씨는 귀신 섬을 이야기하면서 오키나와에는 유난히 이런 귀신 출몰 섬이나 지역이 많다고 했다. 알려진 초자연 현상 관광지만 일곱 군데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구경 온 히토우지마 ‘귀신 섬’은 오키나와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초자연현상 지역이다.

이곳에는 오키나와 정부의 안내표지가 있다. ‘이곳을 출입하는 것은 자유지만 오키나와 정부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는 빨간색 안내 표지판이 있다.

간단한 역사를 들어보니 이곳은 원래 돌고래 고기를 파는 식당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식당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인부가 원인 모를 사고로 죽었고 주인 역시 모두 죽었다. 그리고 나중에 이곳에 들어갔던 모든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었거나 병으로, 낙상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이곳에 발을 들였던 사람 중 단 한명도 생존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귀신 나온다는 히토우지마 섬, 일반지도엔 안 나와

오키나와 정부에서는 위험지역으로 선포하고 지도상에서도 이 히토우지마 섬을 지워버렸다. 위성지도에는 있지만 일반지도에는 없다. 국내 포털뿐만 아니라 구글에서 검색해도 잘 안 나오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도 정확한 위치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귀신 섬 히토우지마 위치는 오키나와 유명관광지인 ‘만좌모’에서 남쪽으로 10km쯤 떨어진 곳이다. 구글 지도에는 [일본 〒904-0415 Okinawa Prefecture, Kunigami District, Onna, Nakadomari, 885] 이렇게 나온다.

한국 포털 검색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히토우지마 귀신의 섬' 위치다. [사진 현종화]

한국 포털 검색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는 '히토우지마 귀신의 섬' 위치다. [사진 현종화]

개인적으로 이런 미스터리한 곳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혹시 몰라서 섬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관광 온 사람들도 멀리 떨어져서 섬을 구경했다. 이때 영식 씨가 드론을 꺼냈다. 베터리를 연결해 세팅한 후 촬영을 시작했다. 영식 씨는 오키나와 드론파일럿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프로 파일럿이다.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보니 식당 건물의 윤곽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곳에 발을 들였던 사람 중 단 한명도 생존한 사람이 없다는 귀신 섬을 영식 씨가 드론으로 촬영 한 사진이다. [사진 박영식]

이곳에 발을 들였던 사람 중 단 한명도 생존한 사람이 없다는 귀신 섬을 영식 씨가 드론으로 촬영 한 사진이다. [사진 박영식]

히마히가섬

귀신 섬에서 드론촬영을 마치니 시간이 훌쩍 갔다. 다음 이동장소는 히마히가섬. 귀신 섬이 서쪽 해변이라면 히마히가섬은 동쪽 섬이다. 약 1시간가량 달려 히마히가에 도착했다. 이곳은 그야말로 해변가 주행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주행할 때는 주행용 촬영장소가 있기 마련이다. 바로 히마히가섬 같은 곳이다. 현란한 네온사인에 쇼핑객 북적거리는 유명관광지도 좋다. 하지만 모터사이클 주행 명소는 아닐 것이다. 모터사이클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반관광지만 돌아다닌다면 좀 억울하지 않을까?

날씨가 좋을 때 히마히가섬의 바다색은 백만불짜리임이 틀림없다. 특히 요나시로부터 시작되는 약 10km의 해상도로는 정말 ‘강추’하는 예쁜 길이다. 영식 씨와 나는 여기에서 열심히 드론으로 촬영했다. 다행히 촬영 당시에는 날이 흐리지 않아 다리 위에서 찍은 영상이 매우 깔끔하게 나왔다. 예쁜 그림을 담는다는 욕심에 몇 번인가 재촬영하다 보니 벌써 날이 저물었다.

귀신 섬에서 히마히가섬으로 이동 중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상도로 코스. [사진 현종화]

귀신 섬에서 히마히가섬으로 이동 중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해상도로 코스. [사진 현종화]

현종화 모터사이클 저널리스트 hyunjonghwa7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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